[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원금 받으려다 1억4200만원 날렸어요.”
30대 A씨가 소액 아르바이트가 사기임을 깨달은 건 12번이나 돈을 송금하고 나서였다. 처음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면 건당 3000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만해도 이런 일이 발생할 지 몰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좋아요를 누르자 3000원이 입금됐고, 그렇게 확신이 생긴 게 화근이었다. A씨가 좋아요를 누를 수록 사이트 화면 속 수익금 숫자는 올라갔다. 3000원은 어느 순간 거액으로 불어났다. A씨는 마침내 출금을 시도했다. 사기범이 본색을 드러낸 건 이때였다. A씨에게 “먼저 일정 금액을 입금해야 원금과 함께 출금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A씨는 의아하다고 생각지만 눈앞에 찍힌 거액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첫 송금을 했고, 사기범은 “지금 그만두면 원금까지 다 날린다”며 공포감을 조성해 A씨가 12번에 걸쳐 1억4200만원을 입금하도록 부추겼다. A씨는 “1억 넘게 송금하고 나서야 전부 조작됐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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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뱅크에 신고된 금융사기 중 56%가 신종사기로 나타났다.(사진=토스뱅크) |
소액을 입금하고 거액을 착취하는 신종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일 토스뱅크에 접수된 금융사기 수법을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금융사기 중 이 같은 신종사기가 56%를 차지했다. 앱테크 사기나 발주 사칭과 같은 변종 형태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A씨가 당한 ‘좋아요 아르바이트’ 사기는 대표 신종사기로 꼽힌다. SNS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비롯해 리뷰 작성이나 영상 시청도 모두 해당되는데, 진입 장벽이 낮아 피해자들이 쉽게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설계된 사기다. 초기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사기범들은 점점 규모를 키운다. 팀 미션이나 공동 구매와 같은 명분을 붙여 점점 더 많은 금액을 선입금하도록 유도한다.
20대 B씨는 리뷰 사기로 1260만원을 피해봤다. 사기범은 1260만원을 뜯어내기 위한 전초 단계로 리뷰 5건을 작성한 B씨에게 7만원을 지급했고, B씨를 발주대행 업무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B씨에게 5~10% 추가 수익도 약속했다. 7만원 입금으로 신뢰가 생긴 B씨는 사기범의 요구대로 발주대행 업무를 보며 한 허위 사이트에 송금까지 했다. 이때 허위 회사의 재무팀 사칭자가 등판해 “주문번호 오류로 이상 거래가 탐지됐다”며 B씨에게 수차례 재송금을 요구했다.
공기업을 사칭해 소상공인을 노리는 사기도 늘어나고 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사기를 치지 않는다는 사회적 통념을 파고든 사기 수법이다. 거래 일정과 위조 서류로 실제 업무를 맡기는 것처럼 신뢰를 쌓은 후 ‘지정 거래처 대금을 대신 납부하면 추후 정산해주겠다’는 방식으로 사기치는 것이다. 실제 소규모 건설업체 C사는 지정된 계좌로 1억7700만원을 입금한 후 연락이 끊기는 사기를 당했다. C사 대표는 공기업에 업무 의뢰 직원을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토스뱅크는 좋아요나 리뷰 이벤트는 실제 입금이 됐을 때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을 받았으니 진짜겠지’라는 생각이 이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먼저 돈을 내야 정산 받는다는 구조는 어떠한 경우라도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 즉시 멈춰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상적인 플랫폼도, 공공기관도 개인 명의 계좌로 돈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제안이든 거래 제안이든 어떠한 명목으로든 선입금을 요구하는 순간 즉시 멈추고 금융감독원이나 금융회사에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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