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직 경찰관의 범인도피 방조,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상고심에서 “범인을 숨기기 위해 타인이 허위로 자백하는 범인도피죄를 방조하는 경우 방어권 남용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판례는 유지돼야 한다”며 8 대 5 의견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로 일하던 피고인은 2023년 5월 15일 저녁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서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7%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동승자가 “내가 (술을 안 마셨으니) 운전한 것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하자 피고인은 이를 받아들인 뒤 차 안에서 뒷자리로 옮겨타 뒷문으로 내렸다. 동승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 “내가 운전했다”고 말하며 음주 측정에 응했다. 하지만 보험회사 직원이 “운전자 바꿔치기가 의심된다”고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동승자에게도 범인도피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대법원도 상고 기각하며 이같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범인의 ‘범인도피 방조’ 행위를 ‘방어권 행사’로 분류해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교사 행위까지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다만 이흥구, 오경미, 서경환, 권영준, 박영재 대법관은 형법상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도피시킨 3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했을 뿐 스스로 도피행위를 한 범인을 처벌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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