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호크 등 장거리 무기엔 부정적
러, 美 100%관세 압박에 “매우 심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공격 목표로 삼아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할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제공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장거리 무기 제공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러시아를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압박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 전쟁이 격화되는 걸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지원하기보다 우크라이나에 이미 제공한 적이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육군전술유도탄체계)의 사거리 제한을 최대 300km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국경에서 500km가량 떨어져 있어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모스크바를 직접 타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거리 16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지원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호크가 도입되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모스크바는 물론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타격할 수 있다.
앞서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러시아가 향후 50일 안에 종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들에도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50일 안에 종전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매우 나쁠 것이고, 관세와 다른 제재가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가운데) 누구의 편도 아니고, 인류의 편에서 살육이 멈추길 원하며 그 편에 서 있다”고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부과 압박 등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발표를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미국의 결정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의 신호가 아닌 전쟁 지속의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의 최후 통첩에 세계는 그 결과를 예상하며 몸서리쳤고 호전적인 유럽은 실망했다”며 “러시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썼다.
파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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