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단지 내 한 집에 들어서니 거실과 부엌, 침실 등 곳곳의 창문에서 파노라마 뷰로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욕실 창문은 욕조 옆에 달려 바다를 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었다. 파노라마 뷰가 가능한 전용면적 174㎡는 이달 초 23억원에 손바뀜했다. 부산 재건축 최대 단지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사진) 얘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익비치타운이 99층 랜드마크 재건축을 거둬들이고 서울 용산 첼리투스처럼 가구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1 대 1 재건축을 추진한다. 일반분양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광안리 바다 조망이 가능한 중대형 면적 위주로 재건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익비치타운(남천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가구 수와 아파트 층수를 줄이는 설계 변경안으로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2022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삼익비치타운은 기존 지상 12층, 3060가구에서 지상 60층, 3225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설계 변경안에 따르면 최고 층수는 59층, 규모는 기존 3060가구를 유지한다.
1979년 준공된 삼익비치타운은 광안리해수욕장과 인접해 있다. 용적률이 295%이고, 전용 84㎡ 미만 가구(1452가구)가 절반에 육박한다. 조합원 분담금 부담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돼 온 이유다. 설계 변경안으로 재건축하면 전용 84㎡를 보유한 조합원이 같은 주택형을 받을 때 분담금만 약 8억원을 내야 한다.
삼익비치는 지난해 10월 부산시의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 사업지로 선정돼 99층 랜드마크 재건축이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 한도가 1.2배 높아지고 건축물 높이 제한 규제가 완화된다. 특별건축 계획안은 99층, 6개 동, 3700가구로 구성돼 사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 5일 조합이 연 정기총회에서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진행의 안’은 부결됐다. 사업성이 기대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조합에 따르면 특별건축안은 기존 안보다 조합원 분담금이 1억원가량 증가하고 공사 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관련한 용적률 상한을 두고 부산시와 조합 사이에 이견도 있었다. 조합은 기존 용적률 상한(300%)의 1.2배인 360%를 기대했으나 부산시는 340%를 제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340%는 ‘2030 부산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산정된 수치”라며 “특별건축구역을 포함한 모든 정비사업은 이 계획에 따라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김인환 삼익비치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특별건축안이 부결된 만큼 신속하게 사업시행 변경 인가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노유정 기자/예수아 한경디지털랩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