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삼성처럼" 요구 쏟아질라…'6억' 돈잔치에 전전긍긍

1 week ago 16

삼성전자 노사 합의, 과제만 한가득
적자 사업부 보상, 성과주의 '흔들'
고정비화된 성과급, 경영상 유연성↓
"노조 와해될 것" 노노 갈등도 변수
주주들 "잠정 합의 위법" 소송전 예고
경영계 '보상 인플레이션' 우려 커

여명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이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교섭 결과 브리핑에서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여명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이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교섭 결과 브리핑에서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 합의에 이르렀지만 '후폭풍은 이제부터'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생산라인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성과급 배분 방식과 10년짜리 특별성과급 구조를 둘러싸고 삼성전자 내부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 합의…특별경영성과급 신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 중 10.5%를 재원으로 삼고 지급률 상한을 두지 않는다. 재원 배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다. 공통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했다.

사업성과를 영업이익으로 가정할 경우 올해 메모리사업부 임직원은 1인당 최대 약 6억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 안팎을 기준으로 하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31조5000억원. 이 중 40%가 DS부문 전체에 돌아가면서 사업부와 무관하게 1인당 약 1억6000만원이 배분된다.

여기에 사업부별 60% 재원이 더해지면 메모리사업부는 1인당 약 3억8000만원, 공통조직은 약 2억7000만원을 추가로 받는 구조다. 메모리사업부는 기존 OPI 약 5000만원을 더해 1인당 6억원 수준이 된다.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 부문도 최소 1억6000만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 성과주의 '흔들'…성과급 고정비화, 유연성↓

이번 합의가 남긴 '불씨'의 핵심은 적자 사업부 보상이다. 잠정 합의안은 적자 사업부에 대해 부문 재원을 토대로 산출한 공통 지급률의 60%를 지급률로 삼고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2027년분부터 적용되는 구조다. 올해는 적자 사업부 차등 적용이 빠진 셈이다. 삼성전자가 그간 강조해왔던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협상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다뤄졌다. 노조는 DS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부문 공통으로 나누고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요구했다. 사측은 적자 사업부 직원도 흑자 사업부와 비슷한 성과급을 받을 수 있어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된다고 우려했다. 최종 합의는 부문 40%, 사업부 60%로 조정됐지만 적자 사업부 차등 적용이 1년 미뤄지면서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리게 됐다.

성과급이 고정비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은 경영 리스크로 꼽힌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향후 10년간 적용된다. 2026~2028년엔 매년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2029~2035년에는 매년 DS부문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이 조건이다.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이 큰 대표적 사이클 산업이다.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쓰는 구조가 반복되면 기존 OPI에 특별성과급을 더하는 절충 방식이라 하더라도 투자와 비용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 와해될 것"…노노 갈등도 과제로

노노 갈등도 과제로 남았다.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홈페이지엔 잠정 합의 이후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앞으로 하나하나 바꿔 나가면 된다"는 응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많이 실망스럽다", "기존 협상 과정에서 주장해왔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독소 조항이 많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성과급 산정 방식, 자사주 지급, 매도 제한 조건 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았다. 메모리 부문엔 유리하지만 다른 사업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한 합의안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조합원 투표에선 가결되겠지만 "노조가 와해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실제 DX부문 조합원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DX부문 조합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교섭 중단 가처분을 냈다. 그러면서 "밀실에서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교섭요구안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조합법과 규약상 교섭 요구안은 총회나 대의원회 의결이 필요한데 집행부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주·근로자 성과 배분 논쟁↑…경영계 '보상 폭탄' 우려

주주와 근로자 간 성과 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을 놓고 줄다기리를 하던 중 "경영성고는 주주의 몫"이란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논쟁이 본격화됐다.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영업이익에 기계적으로 연동된 성과급 일률 지급 방식은 상법상 자본충실의 원칙 및 배당 법리와 충돌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에 12%를 적산·할당하는 노사 합의는 위법하다"며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잠정 합의안을 비준·집행할 경우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영계는 '보상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잠정 합의 직후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을 피한 점은 다행이면서도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곳곳에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영업이익 10%,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 20%, 현대차와 LG유플러스 영업이익 30% 등 '영업이익의 N%'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중이다. 국내 기업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던 삼성전자가 이 같은 성과급 산정 방식을 채택하면서 업종·재무 여력이 다른 기업들도 과도한 성과 배분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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