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이 최애인 우리 딸, 아이브를 직접 만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콘서트 이후에 '하이바이 이벤트'라는 게 있더라고요. 직접 인사를 나눌 수 있다고 해서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앨범 한 박스를 통째로 샀습니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좋아하는 딸 모습을 보니 올해 가장 값진 소비를 한 것 같습니다."
지난달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그룹 아이브(IVE)의 콘서트에서 딸을 기다리던 40대 남성 김 모 씨는 '아기 다이브(아이브의 초등학생 팬)'인 딸을 위해 앨범과 굿즈 구매에 1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브는 '초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어린이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성인 팬들이 어린 팬들을 '아기 다이브'라고 부르며 귀여워하고, 멤버들 역시 무대 위에서 이들을 따로 챙겨 인사하는 등 훈훈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이바이 이벤트'는 공연 종료 후 멤버들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행사다. 한 팬은 "MD(머천다이즈) 럭키드로우에 20만원을 써서 10대 1의 확률을 뚫고 당첨됐다"며 "진짜 과장 안 보태고 멤버들 모공까지 보일 정도로 가깝다. 콘서트장 뒤편 복도에 서 있는 멤버들 앞을 쓱 지나가며 인사하는 방식인데, 실제 대면 시간은 5초 내외라 너무 아쉽지만 그 만족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전했다.
비단 아이브뿐만이 아니다. 현재 K팝 산업 전반에서 '하이바이 이벤트', '대면 팬사인회', '영상통화 이벤트' 등 아티스트와 직접 교감하는 행사는 팬덤 유지의 핵심 동력이다. 문제는 이 짧은 만남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한 팬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이바이 이벤트' 후기를 게재하며 "굿즈 럭키드로우에 20만원을 투자해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며 굿즈 영수증을 인증했다. 그는 "멤버들의 모공까지 보일 정도로 가깝지만, 복도에 선 멤버들 앞을 쓱 지나가는 방식이라 실제 대면 시간은 5초 내외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거나 이벤트 당첨권을 확보하기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하는 '앨범깡'은 이제 팬 사이에서 필수 관문으로 여겨진다. 원하는 카드를 구하지 못한 아이들과 이를 돕기 위해 포토카드를 들고 서성이는 부모가 모여 즉석 교환 장터가 열리는 모습은 K팝 공연장의 흔한 풍경이 됐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시한 2026년 콘텐츠산업 핵심 키워드인 '애착자본'과 맞닿아 있다. 애착자본이란 팬이 특정 대상과 형성한 정서적 유대가 시간과 비용 투입을 통해 축적돼 사회·경제적 가치로 환원되는 자산을 뜻한다.
오늘날 K팝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콘텐츠의 가치를 확장하는 공동 창작자이자 투자자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기획사들이 이를 이용해 앨범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불투명한 이벤트 선정 기준을 고수하면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 조사 결과 팬덤 이용자의 32.4%가 음악 상품 구매 과정에서 '불공정함'을 겪었다고 답했다.
과도한 중복 구매 유도는 환경 파괴 문제로도 이어진다. 팬들의 목적은 구성품일 뿐이라 정작 수백만 장의 CD가 폐기물로 버려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 국내 실물 음반 시장은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팬덤의 물리적 구매 한계와 반복된 사행성 마케팅에 대한 피로도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속성을 확보하려면 홍보(PR)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팬 릴레이션십(Fan Relationship, FR)'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팬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관리 역량이 미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팬들의 실망이 콘텐츠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기획사가 투명하게 소통하고 팬의 기여를 존중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팬심을 단순히 매출 증대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마케팅을 지양하고, 친환경 음반 가이드라인 도입과 공정한 유통 구조 확보 등 산업적 차원의 합의가 절실하다.
K팝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주류 문화로 남기 위해서는 성장의 그늘 속에 가려진 관행을 걷어내야 한다. 5초의 짧은 인사를 위해 100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하는 한, K팝은 진정한 '문화'가 아니라 '휘발성 상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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