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사케페스티벌'이 열린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는 아침부터 100m 길이에 달하는 오픈런 행렬이 늘어섰다. 일본 각지 180여개 양조장이 600여종의 사케(일본식 청주)를 국내에 선보이는 행사로, 인당 5만원씩 입장료를 내고 술을 맛보러 몰려든 인파였다.
행사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곳곳에서 양조장 관계자와 통역 인력이 관람객들에게 "한 잔 드셔보라"며 제품을 권했고 인기 양조장 부스 앞에는 시음을 기다리는 줄이 통로를 가로막을 정도였다.
일부 부스는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해 시음 가능한 제품을 제한하는가 하면 곳곳에서 대기 줄이 길어지자 진행요원들이 관람객 동선을 정리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주류 소비가 줄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생경한 모습이었다.
국세청 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2년 326만862kL △2023년 323만7036kL △2024년 315만1371kL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과거 회식 문화와 결합했던 소주·맥주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다. 희석식 소주 출고량이 2019년 91만5596kL에서2024년 81만5712kL로, 같은 기간 맥주 출고량도 171만5995kL에서 163만7210kL로 감소했다.
업계는 이러한 주류 소비 감소 추세는 술을 덜 먹는 2030세대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층 중심으로 과음을 피하고 자신의 취향과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버 큐리어스' 흐름이 강화하면서 회식·단체 모임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 사케페스티벌에서는 2030세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시기보다 취향에 맞는 술을 조금씩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반적인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양상과 달리 다양한 향과 맛을 비교할 수 있는 술인 사케가 인기를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사케 수입액은 2784만달러로 전년(2024년) 대비 21.2% 증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년 1416만 달러와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이날 한 20대 관람객은 "소주는 맛이 비슷하지만 사케는 같은 브랜드에서도 향과 산미가 다르다"며 "브랜드별로도 차이가 커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30대 관람객도 "스파클링 사케나 유자 등 과일을 넣은 제품은 기존 사케와 달라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일본 양조장들도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적극적이었다. 프리미엄 사케 브랜드 닷사이 관계자는 "한국의 30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일본 양조장 평가에서 1위에 오른 니이자와주조의 하쿠라쿠세이 부스 관계자도 "이런 행사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반응을 볼 수 있다. 젊은 분들, 특히 여성 고객들이 점점 많이 찾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선 일본의 증류주인 소츄, 아와모리 등 사케가 아닌 주류도 일부 소개됐다. 특히 에비스는 맥주 회사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서울사케페스티벌에 참가해 준비한 맥주 680L를 모두 소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에비스 관계자는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닌 음미하기 위한 술을 찾는 소비자라면 정통 프리미엄 맥주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고 판단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사케 시장 확대를 단순한 일본 술 유행으로만 보지 않고 있다.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면서 주류 시장의 경쟁 축이 가격과 도수에서 풍미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케는 산지와 양조장, 제조 방식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다. 마시고 취하기보다 자신에게 맛있는 술을 찾는 경향이 강한 젊은 세대에게 통하는 주종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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