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처럼 조합비 함부로 쓴 임원들이 책임지세요. [김용우의 각개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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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좌초해도 조합원은 사업비 낼 의무 無
조합 파산하면 시공사는 사업비 회수 가능성 낮아
사업비 조달 용이한 신탁 방식, 조합원 설득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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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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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입니다. 입지가 탁월하거나 기존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확실한 경우라면 장기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업이 추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성이 부족하면 결국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사업이 좌초되기도 합니다.

조합이 사업을 중단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비구역이 지정되고 조합이 설립되면 시공사가 선정되고, 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합니다. 이후 시공사는 조합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대여합니다.

조합과 연대보증한 조합 임원이 사업비 갚아야

통상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빌린 정비사업비로 운영됩니다. 조합사무실 운영과 조합장 급여, 각종 인허가와 설계 용역 등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사업비를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 시공사로부터 사업비를 빌립니다. 심지어 상당 부분을 무이자로 빌려줍니다.

물론 시공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사업비를 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시공사는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로부터 연대보증을 요구합니다. 임원들은 연대보증을 하는 순간부터 사업비 채무의 위험을 온전히 감수해야 합니다. 조합 임원들은 보증인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그 보호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만약 사업이 무산돼 시공사에 사업비를 갚아야 한다면, 임원들의 개인 재산으로는 전체 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군다나 임원의 개인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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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개별 분담 의무 없는 조합원

그렇다면 결국 사업비는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조합이 해산할 때 조합원별로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분담금을 요구받은 조합원들은 거세게 반발합니다. 특히 조합 운영진에 비판적인 조합원은 왜 임원들이 함부로 지출한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냐며 반발해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돈을 빌려준 시공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조합의 사업도 조합원들을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결국 조합원들이 이를 나누어 갚아야 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시공사가 개별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흔히 '조합'은 민법상 조합의 법률관계가 적용됩니다.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해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해 효력이 발생하는 법률관계를 의미합니다(민법 제703조). 그러한 조합의 채권자는 각 조합원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12조). 따라서 민법에서 정하는 조합 관계라면 조합채권자인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사업비를 청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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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비사업에서의 '조합'은 다릅니다. 정비사업에서의 조합은 '법인'으로 하고(도시정비법 제38조 제1항), 도시정비법에서는 '조합'에 관해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합니다(도시정비법 제49조).

사단법인과 사원 관계에서는 법인이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는 채무 초과 상태에 빠졌을 때 이사는 지체 없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수 있을 뿐(민법 제79조), 사원들에게 법인의 채무를 분담시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시공사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사업비를 분담하라고 청구할 수 없습니다.

조합 파산하면 사업비 회수는 '막막'

정비사업이 좌초할 경우 시공사의 사업비 회수는 매우 어렵습니다. 조합 명의로 매입한 부동산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의 부동산은 여전히 개별 조합원 소유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조합 명의로 부동산을 신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조합 명의로 이전등기하는 비용 문제나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개별 조합원이 부동산 소유권 이전에 쉽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시공사는 사업비나 공사비를 담보 받기 위해 분양될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받거나 분양채권을 양도받기로 정해두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효성이 크지는 않습니다. 결국 정비사업이 엎어지면 시공사로서는 그간 빌려준 사업비 회수를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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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비사업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사업비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불확실해 다양한 방식의 사업비 회수 수단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조합이 사업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면 결국 파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채무자가 지급 능력이 없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경우 파산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305조, 제306조). 파산이 선고되면 시공사는 남은 조합 재산에서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배당받을 뿐이며, 사실상 투입한 사업비의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신탁은 가능하지만, 조합원 동의는 다른 문제

반면, 신탁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경우 상황은 다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탁방식에서는 토지나 건축물 소유자가 먼저 신탁업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야 합니다(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

이 경우 신탁사가 부동산의 명의를 가지게 되고, 시공사는 신탁사의 재산에 수익권을 설정하여 사업비 회수의 안전장치를 둘 수 있기는 합니다. 부동산신탁사는 자체적으로 정비사업비를 조달하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사업비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도 합니다.

이 방식에서는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신탁된 재산 범위 내에서 사업비 회수가 가능합니다. 결국 사업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운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 방식보다는 신탁방식이 보다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탁방식은 조합원의 자산 이전이라는 장벽이 있으므로,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쌈짓돈처럼 조합비 함부로 쓴 임원들이 책임지세요. [김용우의 각개전투]

김용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ㅣPF사업, 정비사업, 건설하도급 등 부동산 분쟁 전문가다.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을 수료했다. 투자자산운용사와 국가공인 원가분석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고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을 연구해 업계 최초로 전자책을 출간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전문건설공제조합, 코트라(KOTRA) 및 각종 건설사와 학회에서 강의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변호사 자격을 가졌으며,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건설사에 파견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를 토대로 해외부동산투자 관련 분쟁에도 관여하고 있다. 2024년 대한변협 우수변호사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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