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보며 미국 이외 시장으로 자산을 다각화하는 수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의 인공지능 도입과 신약 개발 부분의 진전 등에 주목하며 3년만에 중국 증시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과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금지속에서도 인공지능과 바이오테크 등에서 혁신을 지속해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 상하이 종합지수는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주요 기술기업들이 상장된 홍콩의 항셍지수도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압력이 약한 가운데 미·중 관세 휴전이 길어지고, 중국 위안화의 약세 환경도 중국에 대한 투자 심리를 고조시켰다.
펀드 출시 및 자금 흐름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을 포함해 19조 달러(약 2경 6,200조원) 규모인 중국 증시에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건 스탠리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헤지펀드가 8월중 6개월만에 중국 주식을 가장 대규모로 매수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모닝스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 신규 출시 건수는 2023년 16건, 2024년 21건에서 올해 8건으로 감소했다.중국 증시가 자금을 흡수하면서 중국을 제외한 신흥 시장 투자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중국 펀드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정위청은 "1년 전만 해도 중국이 지수에서 제외될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독립적인 자산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로 뉴욕에서 가족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 두곳을 운용하는 브렛 바나는 “중국은 다른 나라 시장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이 움직인다”며 현재 미국과 유럽 자본이 중국 자본 시장에 접근하는 투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에 본사를 둔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관리자인 폴라 캐피털은 올해 신흥 시장 포트폴리오에서 중국에 대한 비중을 20%대 초반에서 30% 이상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펀드 매니저인 제리 우는 “비용 효율성이 높은 AI모델을 만든 딥시크의 획기적 성과로 중국의 혁신 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촉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AI부터 바이오테크, 로봇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모멘텀이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투자 회사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츠의 수석 투자 이사인 벤저민 로우는 2년전만 해도 고객들의 중국 문의가 적었지만 올들어 그의 팀에 중국 펀드 관련 고객 문의가 늘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의 오래된 문제 중 일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8월 공장 생산, 소매 판매 데이터 등 중국 경제 전반이 성장 둔화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첫 5개월 동안 외국인 직접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다. 이 때문에 아직 의미있는 장기 자본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CLSA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알렉산더 레드먼은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아직 중국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라 캐피털의 우 역시 "AI 붐이 2025년 이후에도 지속되려면 더 광범위한 경제에 이익이 되어야하는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안츠 중국 펀드 부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쳉 유는 "외국 투자자들이 현재 중국의 장기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재평가’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