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시간당 50㎜ 폭우 쏟아져
버스 지연되자 직장인들 발 동동
‘모든 택시 운행 중’…택시도 없어
오전 8시께 서울 마포구 공덕역 1번 출구는 시민들이 우산을 펴고 나가느라 통행이 지체되는 모습이었다. 시민 10명 중 8명이 장화를 신고 있었지만, 내리는 비가 워낙 많아 대부분 바지가 홀딱 젖어 있었다.
버스 정류장의 안내판에서는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줄지 않거나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콜택시를 잡으려 해도 ‘모든 택시가 운행 중’이라는 안내만 반복적으로 떴다.
용산역 인근으로 출근하는 이지민(28)씨는 “버스 정류장에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버스 도착 예정시간이 줄지를 않더라”며 “결국 차로 출근했는데 비가 물폭탄처럼 쏟아져 사람들 우산이 다 날아가고 꺾이는 걸 봤다”고 했다.이주희(31)씨는 “택시 타고 출근하려다가 내비게이션 보니 올림픽대로가 막힌 걸 보고 대중교통을 탔다. 버스가 평소보다 늦어서 지하철 환승을 제때 못해 지각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 방향으로 출근하는 한모(26)씨는 “평소 버스를 타던 사람들이 지하철로 몰려서 지하철이 평소보다 붐비니까 불편하다”며 “우산을 든 채 사람들이 몰리니 바지 밑단이 다 젖고 찝찝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직장인 정지민(32)씨는 “비가 와서 지하철을 탔는데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며 “밤새 내린 비 때문에 길에 걸어갈 수 없을 정도의 물웅덩이가 생겼다. 돌아가야 해서 너무 불편했다”고 호소했다. 강북구 미아동 미아사거리역 인근 도로에는 빗물이 흥건하게 고여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우산을 써도 옷이 다 젖을 정도로 폭우가 내려 장화, 크록스, 샌들을 신은 사람들 많았다.버스 정류장에선 사람들이 버스에 몸을 욱여넣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버스정류장은 비 피하려는 시민들로 꽉 차있고, 버스에 자리가 없어 타지 못한 시민들은 출발하는 버스를 지친 표정으로 바라봤다.
강서구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한모(27)씨는 “지난주에는 폭염이더니 이번 주는 폭우고 중간이 없는 것 같다”며 “평소보다 20분 일찍 나왔는데 1,2호선은 빗길 속에 달리다보니 열차가 느리게 운행하는 구간도 있다고 들었다. 신발이 다 젖어서 양말을 하나 새로 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영기(32)씨는 “혹시나 차 막힐까 봐 서둘러 나왔는데 벌써 지친다”며 “아침부터 진이 다 빠진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 알았으면 그냥 택시라도 탈 걸 그랬다”고 말했다.
강남 지역 직장인들은 지난 2022년 같은 침수 사태가 발생할까 봐 우려를 나타냈다.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이건희(34)씨는 “비가 오면 항상 웅덩이가 고여있어서 장화를 신어야 마음이 놓인다. 장마에 대비될 정도의 배수시설이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예전에 아는 동생이 자유로를 지나가다가 침수구간이라 차를 버리고 도망나와서 나중에 폐차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것을 보면 장마철 폭우 대책이 시 차원에서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삼성역으로 출근하는 서재권(31)씨도 “삼성역 현대백화점 건너편 4번 출구 가는 길에 횡단보도에서 배수구가 역류하는 거 봤다”며 “특히 횡단보도 근처에 물이 빠지는 곳이 많은데 그쪽으로 비가 많이 몰리다보니 사람들이 건너지 못하거나 신발이 다 젖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시는 비상 대응 1단계를 가동하고 청계천, 안양천 등 시내 주요 하천 29곳을 전면 통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겠다. 호우특보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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