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김 씨는 최근 젤리슈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이 같은 관심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성수동의 한 패션 잡화 편집샵은 평일 오후에도 젤리슈즈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방문객들은 반투명 소재에 구멍이 송송 뚫린 젤리슈즈를 들어 색상을 비교하거나, 직접 신어보며 착용감을 살폈다.
● SNS 달군 ‘젤리’…다시 돌아온 젤리슈즈·젤리백
올여름 패션 키워드로 ‘젤리’가 떠오르고 있다. 젤리처럼 말랑하고 투명한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를 활용한 젤리슈즈와 젤리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여름철 대표 아이템으로 사랑받았던 젤리슈즈는 최근 Y2K 감성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리본, 비즈, 참 장식 등을 달아 신발을 꾸미는 이른바 ‘젤꾸’까지 번지면서, 단순한 여름 샌들을 넘어 취향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다.
특히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연상시키는 이른바 ‘퍼킨백’이 젤리백 열풍에 불을 붙였다. ‘퍼킨’은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와 ‘버킨’(Birkin)을 합친 말로, 고가 명품백의 실루엣을 재치 있게 비튼 이름이다. 방송인 최화정도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오렌지색 젤리 퍼킨백을 꺼내 들며 “한때 동생 목욕탕 가방이 됐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소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검색량 2000% 넘게 뛰었다
인기는 실제 판매 지표로도 확인된다.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젤리백과 젤리슈즈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0% 증가했다. 품목별로 젤리백 매출은 680%, 젤리슈즈 매출은 120% 늘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29CM에서도 젤리 소재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9CM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6월 29일까지 두 달간 젤리슈즈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2%, 거래액은 201% 증가했다. 젤리백 검색량은 25배 늘었고, 거래액도 288% 증가했다.특히 29CM에서 지난달 18일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단독 공개된 브랜드 다이닛(DEINET)의 ‘젤리 투웨이 백’ 3종은 방송 시작 1시간 만에 2억 원에 가까운 거래액을 기록했다. 아이스 블루 색상은 준비 물량이 조기 완판됐고, 누적 시청자 수는 1만3000명을 넘어섰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지그재그의 6월 1일부터 28일까지 거래 데이터를 보면 젤리슈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6%, 검색량은 288% 증가했다. 젤리백은 거래액이 125% 늘었고, 검색량은 2215% 급증했다.
● 비 와도 ‘가볍게’, 더워도 ‘산뜻하게’
업계에서는 젤리 소재 아이템의 인기를 장마와 폭염이 겹친 여름 날씨, Y2K 유행, 취향 소비가 함께 만든 결과로 보고 있다. 젤리슈즈는 물에 젖어도 관리가 비교적 쉽고, 샌들처럼 가볍게 신을 수 있다. 젤리백 역시 비 오는 날이나 휴가지에서 부담 없이 들 수 있어 여름철 실용 아이템으로 꼽힌다.
여기에 ‘꾸미기’ 문화도 수요를 키우고 있다. 과거 젤리슈즈가 완성된 디자인을 그대로 신는 아이템이었다면, 최근에는 신발 위에 리본이나 비즈, 캐릭터 참을 더해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바꾸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같은 제품을 사더라도 장식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어, SNS 인증과 취향 표현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W컨셉 관계자는 “젤리 소재는 투명하고 가벼운 느낌 때문에 여름 시즌과 잘 맞는다”며 “올여름에는 장마철 실용성과 Y2K 감성, 꾸미기 트렌드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젤리백과 젤리슈즈가 대표적인 시즌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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