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기 대거 착공, 준공 땐 경기침체·투자위축
마곡·창동 절반 '텅텅'…2029년엔 공실률 14% 쇼크
◆ 기로에 선 부동산시장 ◆
서울 오피스 건물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대거 착공했던 오피스 건물들이 최근 잇따라 준공되는데, 경기 침체와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맞물리면서 건물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당분간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 병존하는 '이중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북권에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어진 도봉구 창동 '씨드큐브 창동'은 준공 1년9개월이 지나도록 오피스 공실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 업무 밀집 지역인 강서구 마곡지구는 2028년까지 업무 면적 약 109만㎡가 추가 공급될 예정인데, 이는 업무시설 수요 대비 58% 더 많은 수준으로 추산됐다.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하나인 도심권역(CBD)도 오피스 시장 한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서비스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CBD에 초동 Project 107, INNO88타워, 을지로3가 6지구 등 대형 오피스 공급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예정된 임차사가 많지 않아 공급 시점에는 서울 전체 공실률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오피스 건물 공실률은 6%로 2023년 말 2.7%보다 3.3%포인트 오른 것으로 젠스타메이트가 추산했다. 이 회사는 2026년 말 서울 오피스 건물 공실률이 8.7%, 2029년에는 14%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피스 공급은 늘어나는데 경기 부진으로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없어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재 상업용 오피스 시장에 매물로 나온 물건의 총평가가치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높고, 공급 물량마저 늘어나 매물 소화가 쉽지 않다는 게 IB 업계 중론이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경기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투자수익률도 낮아진 상태여서 오피스 시장은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유신 기자 / 홍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