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인데 '8000만원 손해보고 팔아요'…'광명'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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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입주한 경기 광명시 광명동 '트리우스광명'.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12월 입주한 경기 광명시 광명동 '트리우스광명'.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준서울' 광명 집값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규모 입주장으로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장기간 이어진 것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입주한 광명시 광명동 '트리우스광명'에는 전용면적 84㎡ 매물이 10억2000만원대부터 11억5000만원대까지 올라와 있다. 대부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마피 또는 분양가와 같은 가격에 파는 무피 매물이다. 입주 초기부터 이어진 마피 매물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 전용 84㎡ 고층 매물은 10억7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분양가와 옵션비에서 8000만원을 손해보며 매도에 나선 경우다. 전용 84㎡ 저층 매물은 10억4200만원에 올라와 있다. 11억원 가까운 가격에 구입했다가 마피 5000만원이 붙은 매물이다. 중도금 이자를 매도인이 내겠다는 매물도 수두룩하다.

단지 인근 개업 중개사는 "매물이 상당수 정리되면서 입주장 초기에 억 단위까지 갔던 마피가 많이 줄었다"면서도 "얼마 전 10억6000만원으로 마피 6000만원이 붙은 중층 매물도 거래됐다. 마피를 완전히 벗어나긴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고 설명했다.

광명시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트리우스광명 매매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광명시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트리우스광명 매매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다른 중개사도 "역에서 먼 뒤쪽 동은 5000만원 정도 마피가 붙는 상황"이라며 "매물이 늘면서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눌리고 있다"고 말했다.

광명에서는 재건축을 마친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호반써밋그랜드에비뉴' 1051가구, 12월 '트리우스광명' 3344가구가 입주했다. 입주 기간으로부터 통상 2~3개월 이어지는 입주장이 끝나고 한숨 돌릴 시기이지만, 일대 입주장 분위기가 끝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오는 5월 '철산자이더헤리티지' 3804가구가 입주를 앞뒀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11월에는 '광명센트럴아이파크' 1957가구, 12월에도 '광명자이더샵포레나' 3585가구 입주가 예정됐다. 2026년 1월에는 '철산자이브리에르' 1490가구가 들어선다. 2027년 '자이힐스테이트SK뷰' 2878가구, '롯데캐슬시그니처' 1509가구 등이 대기 중이다. 2024년 말부터 2027년까지 대단지 입주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셈이다. 이들 물량을 합하면 약 2만가구에 달하는데, 이미 입주한 가구를 빼고 남은 물량만 약 1만5000가구에 달한다.

대규모 입주장에 서울 옆세권으로 꼽히는 광명 집값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명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15주 연속 하락했다. 올해에만 누적으로 2.09% 내렸는데, 수도권에서 평택(-2.23%) 다음으로 많이 떨어졌다. 잔금을 내기 위해 전세로 내놓는 매물이 늘면서 전셋값도 하락세다.

지난해 입주한 트리우스광명(왼쪽) 주변으로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입주한 트리우스광명(왼쪽) 주변으로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트리우스광명 입주장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9월 704건에 그쳤던 광명 전세 매물은 입주가 시작된 12월 1812건까지 급증했다.

이후 입주장 매물이 시장에 소화되며 2월 1461건까지 감소했지만,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입주가 다가오며 지난 18일 기준 1851건으로 다시 불어났다. 그 결과 광명 전셋값은 올해에만 4.17% 급락하면서 전국 낙폭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마피가 더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트리우스광명에서 유독 마피가 쏟아진 것은 단지 분양가가 다른 곳보다 1억~2억원 비쌌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다른 단지의 경우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대규모 입주 물량으로 인해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대선 후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도 변수로 남아있어 광명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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