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의 4월을 뜨겁게 달군 디자인 위크에서 하이라이트가 하나 있었다.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을 응축한 17점의 ‘소반’으로 진정한 뉴 클래식의 정수를 구현한 전시 ‘서울라이프 2026 밀라노: 전통과 문화예술의 융합’이다. 이 전시는 1인 가구가 보편화한 현시대상에 맞춰 과거의 살림살이에 머물던 소반을 감각적인 조형 언어로 격상시켰다. 4월 20일 오프닝을 시작으로 5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의 중추인 ADI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린 이번 특별전은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주관했다. 입식 문화 확산으로 설 자리를 잃은 소반에 대해 서울디자인재단은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단순히 전통 공예를 재현하는 회고적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거 문화를 제안한 것이다. 환대 정신이 깃든 ‘나눔’, 독립적인 ‘영역성’과 같은 소반의 고유성이 파편화된 현대인의 삶과 1인 가구 증가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강이연, 김진식, 르쥬(제양모, 강주형), 문승지, 박중원, 비포머티브(이기용, 김예진), 성정기, 손동훈, 양성임, 앤디엔종(앤디 미저번트, 김종완), 유이화, 이석우, 슬기와민(최슬기, 최성민)을 비롯해 프랑스 건축가 오딜 데크,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안나 질리, 마르코 오지안까지 역량 있는 국내외 디자이너 17명이 뜻을 모았다. 이들의 창작력은 3차원(3D) 프린팅과 장인의 나전 및 옻칠 기법을 통해 실현됐다. 전시장은 한국의 대청마루를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미색의 한지 파티션으로 구획된 공간과 사방탁자의 구조를 차용한 개방형 프레임은 소반을 하나의 조각품으로서 빛나게 한다.
전통의 중력에서 해방된 볼륨, 손동훈의 ‘스웰’
아틀리에 에스오에이치엔을 이끄는 손동훈은 산업적 정밀함에 예술적 통찰, 그 너머의 우연성까지 창작의 범주로 아우른다. 그는 우리의 일상 속 쓰임이 잦아든 소반의 이면에서 순수 조형물로서의 잠재력을 포착했다. 이 정적인 사물에 숨을 불어넣는 조형적 활력은 작가의 생활 터전에 뿌리를 둔다.
부산에서 상경해 치열한 적응기를 거친 그에게 서울은 각양각색의 에너지가 활기차게 공존하며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을 열어둔 역동적인 장소였다. 이런 생동감이 응집된 곳,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이번 작업의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어느 각도에서든 하늘을 비정형적으로 분할하는 DDP의 유려한 실루엣은 그렇게 ‘스웰(Swell)’ 시리즈에 투영됐다.
작품의 백미는 단연 팽창하듯 부풀어 오른 하부 구조의 볼륨감이다. 그 사이로 자연스레 형성된 여백은 주변 환경을 부드럽게 수용한다. 여기에 깊게 스며든 쪽빛 옻칠은 반사 효과를 극대화하며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생명력을 부여한다. 특히 손동훈이 집요하게 파고든 부분은 전통의 현대적 변주다.
“원형이나 팔각이 아니라 사각 소반 형태를 고수하면서도 다리와 상판을 시각적으로 단절되지 않고 일체화하기 위해 무수한 정제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설계를 토대로 하되 예측 불가능한 통제 밖의 영역은 의도적으로 남겨 둡니다. 이렇게 이질적인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에서 경이로운 독창성이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안나 질리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함께 이탈리아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전성기를 이끈 선구적 인물이다. 그는 반려동물을 형상화한 ‘미야우(Miawo)’ 앞에 서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고자 ‘조화로운 대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부러 비대하게 고안한 다리는 상판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서울의 다층적인 면모를 은유합니다.”
질리는 소반을 정서적 교감의 영역으로 확장한 배경에 대해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고양이는 가정의 동반자이자 신성한 보호의 상징이었다”며 “이 작은 가구가 반려동물처럼 사용자 곁의 친밀한 존재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상판을 수놓은 나뭇잎 패턴의 자개 장식은 질리가 소반 드로잉에 몰두하던 당시 집을 에워싼 숲을 ‘상상 속의 정글’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이외에도 조선 시대 묵포도도(화가 황집중이 포도를 그린 수묵화) 속 넝쿨의 얽힘을 선으로 풀어낸 김진식의 ‘달팽이와 산책’, 의복의 포용성을 조명한 성정기의 ‘두루마기’, 푸른 상판과 투명한 지지 구조의 결합으로 서로 다른 두 문명의 만남을 보여준 앤디엔종의 ‘플로팅 헤리티지’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반의 시대 초월적 보편성을 증명했다.
미래의 유산이 된 소반
디자인 위크의 수많은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과 달리 이번 전시에 출품된 17점의 소반은 DDP 소장품으로 귀속된다. 이는 디자인 자산을 아카이빙하고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는 실질적인 행보로 읽힌다. 밀라노 일정을 마무리한 뒤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후속 전시도 예정돼 있다.
밀라노=유승주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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