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선’ 허일영이 생애 첫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창원 LG는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62-58로 승리,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LG의 첫 우승인 만큼 그들이 배출한 첫 파이널 MVP도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허일영. 챔피언결정전 내내 중요한 순간마다 3점포를 터뜨린 그는 7차전에서도 14점 5리바운드 맹활약했다. 특히 SK의 추격이 거센 순간마다 3점슛을 성공하며 우승에 일조했다.
허일영은 총 유효 투표수 80표 중 32표를 획득, 칼 타마요(23표)와 아셈 마레이(22표)를 제치고 당당히 파이널 MVP가 됐다.
더불어 허일영은 오리온, SK, LG까지 총 3개 구단에서 우승을 경험한 KBL 첫 주인공이 됐다.
다음은 파이널 MVP 허일영과의 일문일답.
Q. 파이널 MVP 소감.
매번 조연이었는데 상은 처음 받는다. 신인 시절에는 언론사에서 주는 상이 있었는데 공동 수상에 상금도 절반이었다(웃음). 3점슛상도 상금이 없더라. 물론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있고 우승 반지도 2개나 있어서 욕심은 없었다. 그래도 우승하고 파이널 MVP가 된 것에 감사하다. 유독 슈팅 감각이 좋았고 자신 있게 던졌다.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Q. 깜짝 파이널 MVP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스스로 상복이 없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10~15분 정도 뛰면서 내 역할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4강 플레이오프 때 많이 뛰지 않아서 챔피언결정전 때 체력이 괜찮았다. 그걸 유지하고 있었고 (조상현)감독님이 뭐라고 해도 무조건 던졌다.
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주축이 아니지 않나. 볼이 와야 무언가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럴 때는 볼을 만지기 위해 리바운드를 하려고 했다. 그게 나의 몫이었다. 공격 리바운드는 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나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Q. 2차전 승리 후 우승한 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시즌 ‘노인즈’ 이야기를 듣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지 않았나. 이후 나이 많은 선수가 다 나가게 됐다. 나는 SK에서 나갈 생각이 없었다. 이곳이 좋았기에 여기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근데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우승, 준우승을 같이 했는데 결말이 아쉬웠다. 프로는 비즈니스이니까 계속 아쉬움을 갖는 것보다는 증명하려고 했다.
LG에 왔는데 감독님이 처음부터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계속 말하더라. 처음에는 ‘나를 왜 데리고 온 거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잘하는 것만 하라고 했는데 수비를 놓친다고 뭐라고 하더라. 본인도 현역 선수 시절 수비는 못하지 않았나(웃음). 40대에 정말 많이 욕먹었다. 그래서 자주 찾아가서 소통했다. 감독님이 한 고집하는 분이라서 내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도 많았다.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 처음에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선수들에게 술 한잔하자고 하는 것도 싫었다. 그렇게 흔들릴 때마다 스태프들이 잘 잡아줘서 버틸 수 있었다.
사실 감독님과 더 싸우고 싶었는데 많이 눌렀다. 어린 선수들에게 양보해야 할 나이인 건 맞지만 경쟁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내가 정말 양보해야 하는 건지 깨닫게 된다. 솔직히 잘 관리하고 있어서 자신 있었다. 플레이오프부터는 그저 집중했다. 지금 서운한 걸 이야기하지 않고 끝나면 하려고 했다. 그렇게 기회가 왔고 잘 잡았다. 근데 다음 시즌에는 (양)홍석이가 돌아오지 않나. 더 뛸 수 없을 거 같은데. 정규리그 내내 스트레스만 받다가 봄에만 뛰는 건 못할 것 같다. 나는 스스로 얼마나 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아직 1, 2년은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Q. 조상현 감독이 라커룸 리더 역할에 대해 칭찬했다.
사실 우리 감독님은 걱정이 너무 많다. 그만 좀 걱정하라고 하고 싶다. 우리 선수들이 개성은 강하지만 각자 자기 할 말도 다하고 좋다. 제일 중요한 건 모난 선수가 없다. 크게 뭐라고 할 일도 없고 스스로 휘둘리지도 않는다. 각자 자신이 해야 할 걸 잘한다. 감독님과 같은 마음이었던 건 결국 코트 위에서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 선수들은 알아서 자신의 것을 잘한다. 우리 감독님이 너무 피곤한 스타일이다. 우승했으니 못 할 말이 있겠나(웃음).
Q. 두경민, 전성현 이탈 후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다독였나.
우리 선수들은 그런 부분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휘둘리지도 않는다.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렇게 해냈다. 양준석과 유기상은 나이에 맞지 않게 능구렁이 같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 순간.
당연히 지금이다. 농구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Q. 파이널 MVP 상금 1000만원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
우리 선수들과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에게도 쓸 생각이다. 이렇게 상금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저 즐기고 싶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