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5일 기준금리를 인하(3.00%→2.75%)한 이후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 내렸지만, 주택담보대출(변동금리) 금리는 절반 수준인 0.1%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지속적으로 내린 정기예금 금리는 3%대가 사라졌지만 주담대는 지난달 19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재지정 여파로 인하 폭이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예대금리차도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조기 대선이 오는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새 정부 출범과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 등으로 주담대 문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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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담대 금리(변동)는 기준금리를 인하한 2월 25일 4.205~6.37%에서 이날 4.065~6.29%로 금리 하단 기준 0.14%포인트 내렸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폭(0.25%)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같은 기간 2.95~3.1%에서 2.75~2.85%로 금리 상단 기준 0.25%포인트 하락해 기준금리만큼 내려왔다.
애초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 우리은행이 가산금리 0.2~0.3%포인트 내리는 등 주담대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청·청담동) 등에 대한 토허제를 2월 12일 해제한 지 한 달여만인 지난달 19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까지 확대 재지정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은행은 대출을 강하게 옥죄기 시작하며 유주택자 신규 주담대와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았다.
이달 들어서도 하나은행이 이달 10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다자녀가구 고객 우대금리까지 2자녀 0.1%포인트, 3자녀 이상 0.2%포인트로 조정하면서 금리 감면 폭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또 SC제일은행은 1주택자의 서울지역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를 중단했다.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는 빠르게 내리면서도 주담대 등 대출금리는 오히려 문턱을 높이면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예대금리차도 1.5%포인트까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금융당국도 현황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이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이후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며 금융당국의 압박도 힘을 잃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토허제 재지정 이후 주담대 등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고 대선 기간엔 금통위도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린 사례가 거의 없어 상반기 내엔 현재 금리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을 봐야겠지만 7월에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이 예정돼 있어 주담대 조이기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