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뮤지컬-연극 봇물… “감성은 살리되, 무대로 차별화”

1 month ago 7

뮤지컬 ‘원스’, 배우가 직접 악기 연주… 프리쇼선 무대 올라가 음료 살수도
뱀파이어 이야기 담은 연극 ‘렛 미인’… “눈앞서 뱀파이어 보는 충격 표현”
‘작품성’ 독립영화로 무대 만들기도


2014년 국내에서 초연된 뮤지컬 ‘원스’의 프리쇼(pre-show) 장면. 관객들은 공연 전 아일랜드의 술집으로 꾸며진 무대 위에 올라 음료를 구매하고, 다양한 연주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2007년 개봉한 원작 영화(위 사진). 신시컴퍼니·영화사 진진 제공

2014년 국내에서 초연된 뮤지컬 ‘원스’의 프리쇼(pre-show) 장면. 관객들은 공연 전 아일랜드의 술집으로 꾸며진 무대 위에 올라 음료를 구매하고, 다양한 연주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2007년 개봉한 원작 영화(위 사진). 신시컴퍼니·영화사 진진 제공
7일 찾은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원스’ 연습실. 두 주연 배우가 원작 영화의 삽입곡인 ‘Falling Slowly’를 부르기 시작했다. 기타를 든 남배우와 피아노 앞에 앉은 여배우가 전부였지만 화려한 배경이나 조명 없이도 배우들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에서 소형 디지털 캠코더로 찍은 초저예산 영화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막을 올리는 ‘원스’는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 최근 연극 ‘타인의 삶’과 ‘바닷마을 다이어리’, ‘셰익스피어 인 러브’, ‘렛 미 인’ 등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연달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원작 영화의 익숙한 감성을 되살리면서도 무대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객 사로잡기에 나섰다.

● 스크린 속을 걷는 듯한 생동감

원스 연습실에서 만난 코너 핸래티 협력 연출은 “뮤지컬 원스는 구슬픈 노래를 가만히 듣기만 하는 공연이 아니다”라며 “노래를 녹음하다 싸우는 장면, 체코인들의 파티 장면 등 다이내믹한 연출이 많다”고 강조했다. 담당 극작가인 엔다 월시도 처음엔 특별한 서사 없이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기 어려워 고민했지만 음악 자체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이런 고민 끝에 뮤지컬은 원작 음악은 살리되, 무대의 생동감을 극대화한 방향으로 제작됐다. 우선 오케스트라 없이 출연진이 직접 악기를 연주한다. 한 배우가 피아노와 만돌린, 벤조, 멜로디카 등 9개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총 16개의 악기가 활용되는, 배우 입장에서는 고난도의 공연이다.

공연 전 20분 동안 ‘프리쇼(pre-show)’가 펼쳐지는 것도 눈길을 끈다. 관객들은 아일랜드의 바(bar)처럼 꾸며진 무대에 올라가 음료를 살 수 있다. 배우들은 기타, 아코디언, 만돌린 같은 악기를 즉흥 연주한다. 배우에게 말을 걸거나 즉흥 연기를 감상할 수도 있다. 영화 ‘원스’ 스크린 속으로 관객이 실제로 들어가는 기분을 선사하는 연출이다.

스웨덴 영화를 원작으로 스산한 북유럽 호러 감성을 살린 연극 ‘렛 미 인’이 2016년 초연했을 때의 모습. 배우 박소담이 일라이, 안승균이 오스카 역을 맡았다. 아래 사진은 영화 ‘렛 미 인’의 스틸컷. 신시컴퍼니·키다리이엔티 제공

스웨덴 영화를 원작으로 스산한 북유럽 호러 감성을 살린 연극 ‘렛 미 인’이 2016년 초연했을 때의 모습. 배우 박소담이 일라이, 안승균이 오스카 역을 맡았다. 아래 사진은 영화 ‘렛 미 인’의 스틸컷. 신시컴퍼니·키다리이엔티 제공
이러한 연출 방식은 해리포터 소설이 마무리된 뒤 연극으로 만들어진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를 연출한 존 티퍼니의 개성이 잘 묻어난다. 그의 또 다른 연출작이자 영화가 원작인 연극 ‘렛 미 인’도 7월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다. 티퍼니는 “사뮈엘 베케트가 쓴 것 같은 뱀파이어 이야기”라고 영화 ‘렛 미 인’을 설명했다. 최승희 신시컴퍼니 홍보실장은 “한겨울 눈밭의 스산한 기운, 핏빛 사랑과 뱀파이어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충격 등을 라이브 무대의 특징을 살려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된 예술 영화들을 무대로

7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처럼 할리우드 영화를 원작으로 화려한 의상과 캐스팅을 선보이는 작품도 있다.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영화가 이미 관객을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제목만 들어도 알 만한 작품은 쉽게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독립 예술 영화가 원작인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선보인 연극 ‘타인의 삶’은 동명 영화가 원작.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에서 사상범으로 의심받는 예술가들을 감시하던 비밀경찰이 점차 그들의 삶에 동화되는 과정을 담아 2007년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연극은 오히려 무대를 단순하게 만들고,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한 연출로 흥행에 성공했다.

칸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한국에서 연극으로 제작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3월 23일까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러한 예술 영화 원작 작품은 문화에 관심도가 높은 관객에게 소구력이 있다. 독창적인 스토리와 감성적인 분위기, 서정적인 화면 등도 무대 연출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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