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씨 그렇게 하면 안돼요’에 엉엉 우는 악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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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 가블러’로 32년만에 연극 무대 돌아온 이영애

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영애. LG아트센터 제공

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영애. LG아트센터 제공
“제가 어디서 눈을 부릅뜨고 ‘다 불 태울 거야!’라고 소리치는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겠어요. 몰랐던 나를 끌어내며 희열을 느끼고 있죠.”

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영애가 1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32년 만에 무대에 선 소감을 전했다. 이 배우는 주인공 헤다에 대해 “120년 전 헨릭 입센이 쓴 극에선 ‘결혼에 갇힌 여자’이지만, 누구나 고립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선 남녀노소 모두 ‘헤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저도 때론 ‘나에게 악플 단 사람들, 가다가 넘어져라!’ 저주하는 마음이 들어요. 팬데믹 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영상 수업을 들을 땐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다’ 생각도 했죠. 누구나 마음 속에 크고 작은 ‘헤다’가 있지 않을까요.”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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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개막해 6월 8일까지 이어지는 ‘헤다 가블러’의 5회 공연까지 마친 이 배우는 무대에 서기 전만 해도 “걱정이 많아 악몽도 꿨다”고 털어놨다.

“대사를 잊어버리는 꿈도 꿨어요. 어느 날은 관객들이 전부 공연 중간에 나가버리며, 누군가 저에게 ‘영애 씨, 그렇게 하시면 안돼요’라고 하셔서 엉엉 우는 꿈도 꿨어요.”

첫번째 공연 당시엔 긴장할 새도 없었다고 한다. ‘대사 잊어먹지 말고 연습한 대로 차근차근 하자’는 말만 되뇌었다.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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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는 매뉴얼대로만 하는 게 목표였는데, 공연 영상을 다시 보니 발성이 너무 달라 ‘큰일났다’ 싶었어요. 동료 배우들과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조금씩 무대에 다시 익숙해지고 있어요. 이제는 어느 날은 빨간 매니큐어를 칠하고, 어느 날은 노래 부르듯 대사를 하며 관객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헤다는 모두가 원하는 아름다운 여인이지만 내면에 무한한 이기심과 질투, 슬픔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심리를 쫓아가는 게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어려웠다”는 이 배우는 “관객들도 오셔서 함께 헤다의 마음을 풀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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