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광주 감독이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과 K리그1 홈경기 전반전이 끝난 뒤 자신이 지도하는 오후성의 등을 강하게 밀치는 모습. 사진출처|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열정으로 보기엔 많이 과했다. 팔색조 전략과 재치있는 언변으로 축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K리그1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어린이날’ 보여준 행동은 도를 넘었고 지나쳤다.
이 감독은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12라운드 홈경기에서 팀 선수를 밀어버리는 행동으로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광주는 이 경기에서 전반 15분 오후성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1-0 승리해 5승4무3패, 승점 19로 선두권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으나 사령탑의 돌발 행위로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경기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주심 휘슬이 울린 직후, 벤치에서 그라운드로 이동한 이 감독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으로 고성을 지르며 오후성을 향해 ‘여기로 오라’는 손짓을 했고, 선수가 다가오자마자 팔을 낚아채더니 양손으로 등을 강하게 밀쳤다. 먼저 주장 이강현이 잔뜩 흥분한 이 감독을 말려보려 했지만 불미스러운 행동을 막지 못했다.
이같은 추태의 사유는 오후성이 사전 약속된 벤치 지시에 정확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안타깝지만 절대로 벌어져선 안 될 일이었다. 특히 오후성의 몸에 손까지 대면서 질책하는 장면은 현장은 물론, TV 중계를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사건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상대의 몸에 손을 대는 행동은 단순한 모욕이 아닌, 폭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 게다가 ‘광주 구단’이라는 직장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 ‘직장 갑질’과 ‘직장 폭력’, ‘직장내 괴롭힘’까지 떠올릴 법한 상황이었다. 혹여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교체를 택하거나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질책하면 될 일이었다. 굳이 공개된 장소에서 물리적인 액션을 취할 필요는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은 다른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준 뒤 오후성은 안아줬지만 별다른 사과의 메시지는 없었다. 사전 인터뷰에서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들에 어른다운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추태를 보이면 안 된다. 오늘은 더 조심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 감독은 경기 후엔 “내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쁘게 보였다면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감독 이미지만 나빠진 것이 아니다. 광주는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프로스포츠 구단이다. 오직 좋은 결과만을 위해 선수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조직은 자격이 없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사랑의 매’는 요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큰 사랑을 받고 주가가 올라간 이 감독이라면 더욱 조심했어야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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