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인터넷창 290개 버티는 노트북… 충전 없이 10시간 사용 가능

2025년형 LG그램 프로 써보니
애로레이크 글로벌 첫 적용
시네벤치 평가 1만4430점 ‘우수’
2초마다 화면 캡처 기능도 유용

LG전자가 13일 출시한 ‘2025년형 LG 그램’ 노트북. LG전자 제공

요즘이 일 년 중 신형 노트북이 가장 주목받는 시기다. 새 학기를 앞두고 노트북 구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최근 ‘2025년형 LG 그램’ 노트북을 출시했다. 쏟아지는 신제품 속에서 그램이 눈에 띄는 이유는 노트북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인텔의 애로레이크와 루너레이크를 각각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줬기 때문이다. 루너레이크를 탑재한 노트북은 지난해부터 몇몇 업체들이 내놓긴 했으나 애로레이크를 탑재한 제품은 그램이 글로벌 최초다. LG전자의 그램 개발자는 “이전 소비자 조사에서는 노트북의 휴대성을 가장 중요시했다”며 “근래에는 성능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고성능 노트북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애로레이크가 적용된 17인치 그램 프로를 일주일간 사용해 봤다.

애로레이크 노트북의 장점인 고성능 작업은 꽤 훌륭했다. LG전자는 노트북으로도 대용량 영상 편집을 하거나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제품을 뽑아냈다. 전자기기 성능 측정 프로그램인 시네벤치로 평가해 보니 17인치 제품의 CPU 점수가 1만4430점으로 나왔다. 시네벤치 점수가 1만∼1만5000점이면 고성능 노트북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실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때 버벅거림이 없는지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워봤다. 30개쯤 띄웠을 때 창이 뜨는 속도가 살짝 느려지나 싶었는데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디까지 버티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200개를 넘기자 그제야 인터넷 창이 뜨는 데 2초 정도씩 걸리며 버벅댔다. 290개쯤 되자 비로소 인터넷창 검색 결과에 시간이 걸리는 등 사용이 어려워졌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인터넷 창을 약 300개나 띄우지 않기에 이쯤이면 충분하다 느껴졌다.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는 루너레이크가 더 앞선다고 평가되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애로레이크 적용 노트북도 상당히 긴 사용 시간을 자랑했다. 90Wh(와트시)의 대용량 배터리가 적용돼 동영상만 계속 재생할 때 최대 25시간 30분까지 사용 가능하다고 회사는 밝혔다. 이것은 다른 작업은 안 하고 동영상만 시청하는 상황이라 만약 다양한 문서 작업을 하면 이보다 빨리 방전됐다. 그램 노트북으로 오전 8시부터 하루 종일 업무를 해보니 오후 7시 30분경 노트북이 꺼졌다. 중간에 점심과 저녁을 먹는 시간을 합쳐 2시간을 제외하면 충전 없이 대략 10시간은 문제없이 사용 가능했다. 17인치로 노트북치고는 화면이 큰 편인데도 장시간 사용할 수 있어 직장인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충분해 보였다.

요즘 업계에서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AI) 기능도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것이 ‘타임 트래블(시간여행)’ 기능이다. ‘그램 챗 온디바이스’라고 불리는 내장형 AI 기능 중 하나인 타임 트래블을 활성화하면 그램은 2초마다 한 번씩 노트북 화면을 캡처해 저장한다. 사용자가 과거에 어떤 작업을 했는지 다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문서를 깜빡해 저장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타임 트래블 기능을 활용해 과거 작업 내용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내장형 AI에 질문하면 타임 트래블이 저장해 놓은 과거 작업 사진의 문자를 인식한 뒤 관련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다만 타임트래블 기능을 두고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작업을 했는지 낱낱이 기록되다 보니 가족이나 연인 등 노트북을 공유하는 이들도 내용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를 차단하려면 타임트래블 기능을 꺼놓거나, 캡처 내용 보관 기간을 설정하면 된다. 2025년 LG 그램 제품군은 14∼17인치, 출하 가격은 214만∼334만 원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