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5~3.75% 유지
물가상승 압력에 3연속 동결
성명서 인하 문구에 반대 위원 3명
‘인하’ 마이런까지 30여년만 4명 이견
이란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올들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의장으로서 마지막 회의를 주재한 제롬 파월 의장은 이사로서 계속 잔류하기로 하면서 가뜩이나 금리결정을 둘러싼 이견이 커지는 연준의 분열상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3.5~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부터 3연속 동결이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는 친트럼프 스티븐 마이런 위원만 금리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정책 금리가 적절한 수준에 있고 중립금리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생각한다”며 “중립금리를 3~4% 사이로 봤는데 현재 3.5%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성명서에는 금리동결에는 찬성했지만 성명서에 유지되고 있는 통화정책 완화 편향 문구에 반대한다는 위원이 베스 해맥, 닐 카슈카리, 로리 로건 등 3명이 나오면서 ‘매파적 동결’로 분석된다. 인하를 주장한 마이런 이사와 함께 사실상 반대표가 4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대표가 4명이나 나온 것은 1992년 이후 34년만에 처음이다.
금리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동일하게 담은 중립적 입장으로 문구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일단 무산됐지만 그만큼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준에서 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가 상승했고 근원물가가 3.2%이고, 걸프 상황으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하는 위원들이 늘었다”며 “위원회는 아직 문구를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앞으로 30~60일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문구를 완전히 바꿀수 있다”고 했다.
특히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나오지만 파월 의장은 “현재로서는 아무도 금리인상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상승) 우려에 대해 그는 “현재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4가지 공급 쇼크를 겪었는데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문제, 이제는 이란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급 쇼크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동시에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며 “물가와 고용 목표 달성을 위해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1회 금리인하를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유가쇼크 여파로 올해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12월까지 금리동결 확률이 85%에 이른다. 주요 투자은행(IB)들도 12월에서야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교과서적으로는 오일쇼크가 단기에 그치겠지만 인플레이션이 이미 몇년째 2%를 상회하고 있고 관세쇼크까지 고려하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금리인하를 생각하기 전에 에너지쇼크가 진정되는지, 관세문제가 진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쟁 영향이 반영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3.3% 올라 전달(2.4%)보다 상승폭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에너지지수는 전달대비 10.9% 급등하며 유가발 인플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유가는 이란전쟁 상황에 따라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압력이 강하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고 있고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이때문에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28일 기준 배럴당 4.18달러에 달하며 2022년 8월 이후 3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40% 급등한 것이다.
케빈 워시 5월 등판, 트럼프 코드 맞추기 주목
전현직 의장 ‘동거’에 연준 분열 우려
파월 “연준 의장은 한명 뿐, 낮은 자세로”
변수는 5월부터 새롭게 연준을 이끌게 될 케빈 워시의 등장이다. 이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인 케빈 워시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다음달 15일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뒤를 잇게 된다.
워시는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적 압력에도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워시는 청문회에서 강력하게 증언했고 그의 말을 믿는다”고 했다.
특히 워시는 최근 청문회에서 연준 개혁과 함께 인플레이션 측정 기준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현재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보다 상승률이 크게 낮게 산출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의장 임기 만료 후에도 연준에 계속 남기로 했다”며 “적절한 때라고 판단될때까지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다음달 15일 끝나지만 이사로서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파월은 “가장 큰 우려는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없게 하는 연준을 향한 일련의 법적 공격”이라며 잔류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파월은 법무부의 연준 리모델링 비용 수사가 끝날때까진 연준에 남겠다고 밝혀왔다. 최근 법무부가 수사를 종료했지만 여전히 항소가 가능해 완전한 종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현직 의장이 연준 이사회에 함께 활동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가뜩이나 커지고 있는 연준 분열상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역사상 의장 임기를 마치고 이사로 남은 사례는 1930년대 마리어 에클스 의장이 당시 트루먼 요청으로 3년 더 이사회에 잔류한 것이 유일하다.
이날 뉴욕증시는 이란전쟁 종전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이 반영되며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0.04% 내린 7135.9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04% 오른 2만 4673.24에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7% 내린 4만 8861.81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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