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가 무단으로 합성·복제되는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가 주식회사 M83의 자회사 KDDC(한국디지털디엔에이센터)와 손잡고 '디지털 DNA' 기반의 공식 보호 체계 구축에 나섰다. 급증하는 생성형 AI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가 처음으로 마련한 사전 등록 기반의 새로운 산업 표준이다.
연매협은 27일, KDDC와 함께 연예인의 얼굴·목소리·표정·제스처 등 고유 정보를 AI·VFX·보안 기술로 추출해 디지털 원본으로 등록·보관하는 '디지털 DNA'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등록된 데이터만을 합법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공식 디지털 신원(Official Digital Identity) 체계로, 연예인의 초상 및 음성이 무단 합성에 활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디지털 DNA는 특정 인물의 고유 데이터를 고해상도 3D 스캐닝·볼류메트릭 캡처·AI 기반 재구성 등의 기술로 정밀하게 추출한 뒤, 블록체인 기반 인증·포렌식 워터마킹·AES-256 암호화 등을 통해 진위·저작권·소유권·사용 이력을 철저히 관리한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 본인이 허가한 정보만 광고·영화·온라인 콘텐츠 등 제작에 활용되며, 등록되지 않은 데이터를 사용해 만든 합성물은 즉시 비허가 제작물로 판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불법 영상 차단을 넘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는 구조로 평가된다.
연매협은 "피해가 발생한 뒤 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는 AI 조작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업계가 공동으로 동의하는 사전 등록 기반의 공식 표준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AI 합성 피해는 개인이 대응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이돌의 얼굴을 이용한 성적 콘텐츠 제작, 유명 배우의 음성을 본뜬 사기 음성 파일, 합성 목소리를 이용한 금전 요구 등 피해 형태가 늘고 있으며, 일부는 실제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연매협은 "이제는 연예계 전체가 하나의 피해자이자 위험 대상"이라며, 개별 회사·개인의 대응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KDDC의 기술적 기반은 국내 VFX·AI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 M83과 그 자회사 디블라트(DiBlAT)가 담당한다. M83은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2·3', '승리호', '폭싹 속았수다', 영화 '한산', '노량' 등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의 시각효과(VFX)를 통해 기술력과 신뢰도를 입증해 왔다. 디블라트는 AI 기반 영상·디지털 휴먼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기업으로, 이번 디지털 DNA 시스템의 기술 설계와 구현 전반을 총괄한다.
등록된 디지털 DNA는 향후 광고·영화·드라마·게임·온라인 영상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정식 자산으로서 활용되며, 콘텐츠 제작·유통 과정의 신뢰도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매협과 KDDC는 오는 12월 22일 서울 홍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업계 최초로 디지털 DNA 기술과 운영 체계, 그리고 표준화 방향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에는 정부 관계자, 주요 매니지먼트사, 배우·가수 등 다수의 업계 인사가 참석해 'AI 시대 연예인의 디지털 신원 관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M83 대표이자 KDDC 공동대표인 정성진 대표는 "디지털 DNA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AI 시대 콘텐츠 제작 전반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정체성 체계'"라며 "딥페이크 대응을 넘어, 연예인의 권익 보호와 글로벌 IP 확장의 기반이 될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연매협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000여 명의 대중문화예술인과 280여 개 매니지먼트사, 600여 명의 회원이 속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예 기획업 단체다. 연매협 관계자는 "이제는 가짜를 지우는 것에서 나아가, 등록된 데이터만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디지털 DNA는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더욱 신뢰받는 방향으로 제작·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연매협과 KDDC는 앞으로 디지털 DNA 기반의 △데이터 뱅크 구축 △정책·표준 체계 마련 △AI·VFX 기반 디지털 복제 기술 상용화 △표준 계약서·저작권 관리 체계 정비 △AI 콘텐츠 가이드라인 수립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3 hours ago
2






![[한경에세이] AI 협력 앞당길 경주 APEC](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속보] SK텔레콤 3분기 영업익 484억원…전년 대비 90.92%↓](https://img.hankyung.com/photo/202510/AD.41815821.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