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강원 정선 하이원CC(파72) 15번홀(파5). 방신실이 80m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핀 1.8m 거리에 붙었다. 김민주의 세 번째 샷은 핀과 3.7m 거리에 떨어졌다. 승부는 퍼팅에서 갈렸다. 김민주의 버디퍼트는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비껴갔고, 방신실의 버디퍼트는 자로 잰 듯 굴러가 홀 속으로 사라졌다. 김민주를 무섭게 추격하던 방신실이 공동 선두로 올라선 순간이다.
방신실의 맹추격에 위협을 느낀 김민주는 흔들렸다. 이어진 16번홀(파3)에서 1m 남짓한 거리의 파퍼트를 놓쳤다. 반면 방신실은 90㎝ 짧은 거리의 파퍼트를 성공시켜 끝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방신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남은 두 홀에서 버디 1개를 추가해 더 달아난 그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승을 올려 두 번째 다승자가 됐다.
방신실은 이날 열린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우승상금 1억8000만원·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방신실은 공동 2위(11언더파 277타) 홍정민과 김민주를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뒤 3개월 만의 통산 4승째다.
방신실이 시즌 두 번째 다승자가 되면서 다승왕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앞서 이예원이 홀로 3승을 거둬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듯했으나 방신실이 2승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아울러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더해 상금랭킹은 5계단 끌어올린 3위(6억1827만원)가 됐다. 대상 레이스에서도 4위(295점)에 올라 1위 이예원(344점)을 50점 차 안쪽으로 추격했다.
방신실은 올 시즌 첫 우승 뒤 한동안 손목 건초염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지난달 한국여자오픈에선 통증이 심해 기권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상태가 호전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장기인 장타를 마음껏 때릴 수 있었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37.2m. 올 시즌 자신의 평균인 235.7m보다 더 멀리 날렸다.
2타 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방신실은 후반 11번홀(파5)부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티샷을 무려 296m 날린 뒤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러프로 보냈다. 세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잡은 방신실은 김민주를 1타 차로 추격했다.
장타와 함께 완벽에 가까운 퍼팅도 역전승에 큰 힘이 됐다. 특히 짧은 거리의 퍼팅을 놓치지 않았다. 공동 선두에 오른 15번홀에서 실수 없이 짧은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더니 17번홀(파4)에서 1m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방신실은 이날 2.7m 미만의 짧은 거리 퍼트에서 100% 성공률을 기록했고, 3퍼트는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함을 뽐냈다.
막판 대역전극으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작성한 방신실은 “상반기 가기 전 목표했던 시즌 2승을 달성해 기쁘다”면서 “특히 고지대를 고려해 아이언 로프트를 1도씩 눕혀 거리감을 일정하게 맞춘 게 주효했다”며 웃었다.
정선=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