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척스카이돔에서 1만8000명을 동원해 화제가 됐던 가수 조용필의 콘서트가 추석 당일 KBS를 통해 방송돼 시청률 1위를 수성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는 전국 시청률 15.7%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 기간 방송된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연휴 기간 방송된 지상파 3사의 추석 특집 가요 콘서트 실황 프로그램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수치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쎄시봉 더 라스트 콘서트'는 3.8%, 4일 방송된 SBS '임영웅 리사이틀'은 6.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는 조용필이 KBS에서 1997년 '빅쇼' 이후 28년 만에 선보인 단독 무대였다. 지난달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무료 콘서트를 녹화한 것으로, 당시 현장에는 1만8000여 관객이 운집해 화제를 모았다.
노래의 왕, 가수 중 최고의 왕이라는 뜻의 '가왕(歌王)' 수식어의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무겁다. 국내 최초 단일 앨범 밀리언셀러, 국내 최초 누적 음반 판매량 1000만장 돌파, 한국 가수 최초 일본 NHK홀 및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 숱한 '최초'의 기록이 모두 '가왕' 조용필의 것이다.
3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와 함께 조용필은 '미지의 세계'를 시작으로 '못찾겠다 꾀꼬리', '자존심', '그대여', '추억 속의 재회', '창밖의 여자', '촛불', '어제, 오늘 그리고',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꿈', '바람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 '바운스', '그래도 돼', '찰나',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여행을 떠나요' 등을 히트곡을 잇달아 불렀다. 본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별 스테이지도 베일을 벗었다. 조용필은 KBS 교향악단과 함께 '슬픈 베아트리체'를 선보여 특별함을 안겼다.
객석에서 후배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배우 고소영, 가수 조현아, 이승기, 터치드 윤민 등이 응원봉을 흔들며 조용필을 응원했다.
VCR 영상을 통해 이승철은 "조용필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장르"라고 했고, 아이유는 "엄마랑 같이 공연을 보러 갔었다. 공연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이 돼 버렸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신승훈은 "나도 저 나이 때 저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지표"라고 덧붙였다.
최근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를 삽입했던 박찬욱 감독은 "소박하게 말하자면 나의 영웅"이라며 "'고추잠자리'를 들었을 때 '새 시대의 문이 열리는구나' 싶었다. 조용필의 전기 영화가 나온다면 한국의 근현대 역사와 대중음악의 변천 과정,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 과정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조용필을 향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모든 세대가 즐기는 음악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역시 가왕", "2시간이 넘도록 단단한 목소리가 나와서 감격스러웠다", "가왕은 조용필뿐이다", "가사가 주옥같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조용필은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목소리는 노래하지 않으면 늙기 때문에 목소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정말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대에서 죽는 게 꿈이다. 노래하다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라며 음악을 향한 깊은 애정과 열정을 드러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