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133명이 투표, 사상 최다… 소속 국가도 70개국으로 다양
선출 결정 ‘하얀 연기’ 며칠 걸릴듯
개방-포용적 후임 교황 선출 전망… 파롤린-추피 유력 후보로 꼽혀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Conclave)’가 7일부터 바티칸에서 열린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역대 가장 많은 133명의 추기경(80세 미만 추기경만 참석 가능)이 참석한다. 추기경들의 출신 국가 또한 이전에 비해 다양해졌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24’는 콘클라베의 국제화가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했던 2013년 콘클라베 때는 추기경 115명이 참석했다. 바티칸은 늘어날 추기경을 수용할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기존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주했던 ‘산타마르타 게스트하우스’로도 충분했지만 이번엔 인근 건물 ‘산타마르타 베키아’까지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기경단의 출신 국가 또한 5개 대륙에 걸친 70개국으로 2013년(48개국)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유럽 출신 추기경이 50%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30%대로 낮아졌다. 대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비(非)유럽권 추기경이 절반이 넘는다.추기경단의 규모가 커지고 구성도 다양해지면서 교황 선출 결과는 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콘클라베는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매일 투표를 되풀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모두 콘클라베 둘째 날 교황으로 선출됐다. 이번에는 이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 “다양한 종교와 대화하는 교황”
끊이지 않는 전쟁과 갈등, 추기경들의 출신 국가와 관련된 주제도 언급됐다. 추기경들이 다양한 종교 및 문화권과 대화하는 사목적인 새 교황의 모습도 기대했다고 바티칸뉴스는 전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은 세상의 위기 속에서 길을 잃은 인류가 친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까운 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투표 참여 추기경 4명 중 3명 프란치스코가 서임
추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사상, 철학적으로 가장 비슷해 ‘프란치스코의 정신적 후계자’로 불린다. 2023년부터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의장 겸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특사로 활동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하는 등 동성애에 포용적인 입장을 보인 데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은 최초의 아시아 출신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다양성’을 중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글레 추기경을 포함해 비유럽권 출신 추기경을 대거 발탁했다. 모친이 중국계이며 양극화 해소 등에 관심이 많아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도 불린다. 그는 “미혼모, 동성애자 등에 대한 카톨릭 교회의 엄격한 입장이 복음 전파에 해를 끼쳤다”고 밝히는 등 진보 성향이다.
6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주요 도박 사이트의 베팅 추이를 분석한 결과, 세계 도박사들은 파롤린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을 27%로 가장 높게 봤다. 이어 타글레 추기경(19%), 추피 추기경(10%) 등이 뒤를 이었다.
● 韓 유흥식 추기경,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목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74)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유 추기경을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 12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바티칸 안팎에 인맥이 두텁다. 또 우수한 업무 추진력과 소탈한 성품으로 그를 좋아하는 추기경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아시아계 성인으로는 처음으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성상이 설치됐는데,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이 외에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65·콩고민주공화국), 페테르 에르되(73·헝가리),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76·스웨덴), 장마르크 아블린(67·프랑스), 빔 에이크(72·네덜란드), 찰스 마웅 보(77·미얀마) 추기경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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