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가 대통령 선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자 제작한 홍보 영상에 직장 내 괴롭힘과 여성에 대한 폭력 장면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 26일 경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대통령 선거 투표 독려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됐다가 이틀 만에 비공개 처리됐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제의 영상은 49초 분량으로, 남성 상급자가 여직원에게 종이를 구겨 던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결재 서류철로 여직원의 머리를 툭툭 치고, 손가락으로 이마를 찌르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분노한 여직원이 상급자의 손가락을 무는 장면에서는 "물지 말고 후보자의 정책을 물으세요"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이후에는 상급자가 여직원의 머리채를 잡는 장면과 여직원이 반격하는 모습이 등장하며 "뽑지 말고 나의 권리를 뽑으세요"라는 멘트가 나온다. 상급자의 머리카락을 '뽑지 말고' 투표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여직원이 메신저로 상급자를 욕하는 장면과 외출 후 책상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는 장면에는 "찍지 말고 내일의 희망을 찍으세요"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는 사람을 낙인찍는 대신 대통령 후보를 찍으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특히 여직원의 머리채를 잡는 장면이 영상의 섬네일로 사용되며 폭력성이 유머처럼 소비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뜬금없는 설정", "여성에 대한 폭력이 유머로 소비되는 건 부적절하다", "데이트 폭력도 아니고 머리채는 왜 잡나. 선거와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는 등 누리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경산시는 27일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으며, 다음 날인 28일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경산시 측은 "영상 속 모든 장면은 허구이며, 폭력이나 혐오를 조장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담당자가 콘셉트를 임의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연출이 발생했다"며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었던 점을 깊이 반성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선거와 관련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특정 정치적 입장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담당자가 관련 없는 것으로 직접 수정하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요소가 포함되는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는 또 "그 안에서 갑질이나 신체적 충돌을 상대방이 그대로 되갚는 방식으로 표현된 부분이 시청자 여러분께 불쾌감을 드릴 수 있음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저희는 결코 폭력이나 혐오를 조장할 의도가 없었다"고 거듭 사과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