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우승하고 펑펑 울더라도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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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이 3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OVO |
‘배구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에게 오는 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릴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2024~25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은 선수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른다.
흥국생명은 홈구장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지난달 31일 챔프전 1차전과 2일 열린 2차전에서 정관장을 잇따라 누르고 2연승을 거뒀다. 앞으로 남은 챔프전 세 경기에서 한 번만 더 이기면 통산 다섯 번째이자 2018~19시즌 이후 6년 만의 우승을 이루게 된다.
챔프전에서도 김연경은 단연 돋보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선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1차전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인 16점을 올리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득점 자체도 많았지만 공격성공률이 60.87%나 됐다. 여자부에선 보통 40%만 넘어도 훌륭한 수치라고 말할 수 있다. 공격성공률 60%가 넘었다는 것은 상대가 알고도 막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2차전은 김연경이라는 선수가 어떤 존재인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1, 2세트를 잇따라 내줘 벼랑 끝에 몰렸다. 이때 김연경이 팔을 걷어붙였다. 최대 고비였던 3세트에서 혼자 8점을 올렸다. 세트 후반에는 거의 모든 팀 득점을 책임졌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팀의 15점 가운데 6점을 김연경이 올렸다. 상대 범실로 얻은 5점을 빼고 흥국생명이 올린 총 10점 가운데 60%를 김연경이 기록한 것이었다. 팀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세트에서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66.67%에 이르렀다. 이런 선수를 앞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마음 아플 정도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경기 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아본단자 감독은 “오늘 경기는 김연경 없이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복하면서 “은퇴를 선언했지만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보여줬다. 팀을 짊어지고 끝까지 갔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차전이 끝난 뒤 적장인 고희진 정관장 감독 조차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5세트 김연경은 제가 3년 동안 상대한 것 가운데 가장 좋은 타점과 각도가 나왔다”며 “그걸 우리정호영과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에게 잡으라고 할 수 없었다. 그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은퇴하는 순간 절대 울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의 마지막 홈경기가 될 수도 있는 2차전이 끝난 뒤에는 살짝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연경은 “오늘 봐서는 울 것 같다. 너무 펑펑 울면 좀 그러니까 적당히 울겠다”며 “조금 앞서가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승하고 펑펑 울더라도 예쁘게 봐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이제 한 경기만 이기면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나더라”며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 홈경기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대전 원정에서 마무리하겠다. (3, 4차전을 패해 5차전이 열리는)인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팬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4차전과 5차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3차전만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