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감산·버스 입찰 지연 등 피해 확산
8개월분 비축유 있지만 중동 의존도 90% 달해
총리·경제산업상 “모든 조치 검토”
중동발 원유 공급난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 정부가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수요 억제책 검토에 착수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감산 뿐 아니라 대중교통 차질과 의료용품 부족 등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이 없는 형태로 수요 부문 대책 등 모든 정책을 검토하고자 한다”며 에너지 절감 요청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역시 지난 2일 국회에서 대국민 절전·절약 요청 여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원유 수입 물량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약 8개월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 승용차 운행 제한과 같은 강력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지만 이란 전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선제 대응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경제산업성 당국자는 “이대로 여름까지 가면 발전에 필요한 연료가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석유류 제품의 공급 불안은 일본 사회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대형 에틸렌 생산 설비 12대 중 6대가 이미 감산을 결정했으며 석유화학 업체들은 에틸렌 기반 포장지 가격 인상에 나섰다.
민생과 직결된 대중교통과 의료 현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요코하마, 교토 등 지자체는 공공 버스 운행을 위한 경유 입찰이 차질을 빚자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나가사키현의 여객선 업체 ‘세가와키센’은 경유 확보 난항으로 지난달 23일부터 운항 횟수를 줄였다. 도쿄의 한 치과 원장은 요미우리신문에 “의료용 장갑 등 재고 물량이 한 달 분”이라며 “사태가 길어지면 진료 중단도 생각해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목욕탕, 비닐하우스 등 전방위적인 피해도 보고되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5월 ‘골든위크’ 연휴 이후 대국민 휘발유·전력 절감 요청을 시행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다만 내각 지지율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73년 제1차 석유위기 당시 대형 공장을 대상으로 전력 사용량을 의무적으로 15% 줄이게 하는 ‘전력 사용 제한령’을 발동한 바 있다.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