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보다 뜨겁다… AI 골드러시 시대 ‘곡괭이와 삽’ 임대로 질주[최중혁의 월가를 흔드는 기업들]

1 day ago 4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2017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가상화폐 채굴 회사 ‘애틀랜틱 크립토’의 사명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 그 위상은 달라졌다. 2025년 나스닥 상장 후 미 주식시장의 ‘슈퍼 루키’로 떠오른 ‘코어위브’의 전신이기 때문이다. 코어위브는 당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으로 구매해 이더리움을 채굴하는 소규모 업체였다.》

그러나 2022년 이더리움이 구동 방식을 바꾸면서 GPU 채굴 시장이 급격히 쇠퇴하자 마이클 인트레이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공동창업자들은 GPU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

코어위브는 상장 첫날 공모가 40달러(약 5만4000원)에서 시작해 상장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주가가 187달러까지 폭등했다. 고작 30억 달러로 출발한 시가총액은 현재 약 790억 달러로 불어났고, 단 8년 만에 완전히 다른 사업으로 변신했다. 월가에서는 “차세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코어위브가 월가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올해 3월 오픈AI와 119억 달러 규모의 5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다음 달 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계약을 성사한 게 이 회사의 현재다. 총 159억 달러에 이르는 이 계약은 AI 인프라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100억 달러 계약까지 합치면 코어위브가 확보한 수주 잔액이 259억 달러에 달한다.

“AI 데이터센터를 빌려드립니다”

“AI를 굴리려면 GPU가 필요하고, GPU는 코어위브에 있다.” 코어위브는 무슨 사업을 할까. 한마디로 표현하면 ‘AI 데이터센터 임대업’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고급 리무진을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렌터카 업체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많은 기업들이 최신 AI GPU를 구매해 멋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높은 비용과 유지보수 부담, 기술 변화로 인한 감가상각을 감당하기 어렵다. 코어위브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H100, A100 GPU는 물론이고 올해 출시된 GB200 칩까지 대량으로 확보해 시간 단위로 임대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 걸쳐 33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25만 개 이상의 AI GPU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3개 데이터센터에서 불과 3년 만에 11배로 늘어난 규모다.

이러한 ‘네오클라우드(Neocloud)’ 사업 모델의 핵심은 두 가지다. AWS나 MS 애저 같은 범용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30∼60% 저렴한 가격으로 AI 전용 인프라를 제공하고, GPU 구매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에 즉시 사용 가능한 고성능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코어위브가 제공하는 AI공장을 위한 클라우드 서버. 사진 출처 코어위브

코어위브가 제공하는 AI공장을 위한 클라우드 서버. 사진 출처 코어위브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코어위브는 새로운 AI 네이티브 클라우드”라고 입을 모은다. AWS, 애저는 범용 인프라에 가까운 반면 코어위브는 AI에 최적화된 GPU 전용 클라우드를 지향한다. 엔비디아가 자체 벤치마크한 AI 추론 테스트에서 동일한 H100 GPU라도 코어위브 클러스터에서의 추론 속도는 AWS 대비 최대 30% 이상 빨랐다. 또 AWS는 수개월을 기다려도 GPU를 확보하지 못하지만, 코어위브는 1∼2주 내로 GPU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중형 규모의 AI 스타트업, 연구기관, 정부 AI 프로젝트가 AWS에서 코어위브로 속속 옮기고 있다.

엔비디아의 특별한 파트너

코어위브가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요소는 엔비디아와의 특별한 관계다. 엔비디아는 AI 생태계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코어위브의 지분 약 7%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덕분에 코어위브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도 엔비디아의 최신 AI GPU를 우선적으로 공급받는다.

이는 상당한 파격 대우다. AWS나 MS 같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도 엔비디아의 AI GPU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최신 GB200 칩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최초의 업체다.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의 코어위브 투자는 GPU 공급망 전략의 핵심 부분”이라며 “엔비디아가 자사 칩의 최적 활용을 위해 선택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코어위브의 2025년 1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매출 9억8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0% 증가했다. 조정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0% 상승한 1억6300만 달러(영업이익률 17%)를 기록했다.

고객 쏠림, 지속적 자본지출 우려

성장의 이면에 특정 고객에 매출이 쏠려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24년 매출에서 MS 등 상위 두 고객이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주요 고객사들의 전략 변화도 위험 요소다. 오픈AI는 최근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검토하고 있고, MS도 AI 인프라 자체 구축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JP모건은 “장기적으로는 고객 기반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코어위브 사업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끊임없는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마치 무거운 바위를 계속해서 산 위로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막대한 자본지출(CapEx)이 계속 요구된다. 코어위브는 올 한 해 자본지출을 200억∼230억 달러로 계획했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 보유량은 2025년 1분기 말 기준 19억 달러에 불과하다. 자본지출 목표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로 인해 현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채 문제도 만만치 않다. 장단기 부채 규모가 87억 달러에 이르면서 이자 지출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2025년 1분기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자 비용 때문에 순손실이 1억5000만 달러, 순손실률이 ―15%에 달했다.

가장 큰 도전은 경쟁 환경의 급속한 변화다. 아마존은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을 활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구글은 텐서처리장치(TPU) 기반 AI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네오클라우드 경쟁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크루소는 미 정부 주도의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고 있고, 볼티지파크는 침지 냉각 기반의 전력 효율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시대의 ‘픽앤드셔블’ 사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어위브는 주목할 만하다. 매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AI 인프라 시장은 2030년까지 6조7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며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도 코어위브의 전체 시장 규모(TAM)는 2023년 789억 달러에서 2028년 3989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금융, 헬스케어, 제조업 등 전통산업에서도 AI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코어위브는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해 유럽과 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자체 AI 칩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커스텀 칩으로 더 높은 효율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코어위브는 AI 골드러시 시대의 ‘픽앤드셔블(pick-and-shovel·곡괭이와 삽)’ 사업을 하고 있다. 금을 캐는 사람들에게 도구를 파는 것이 때로는 금을 직접 캐는 것보다 더 확실한 수익을 가져다주듯 AI 혁명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코어위브의 사업 모델은 분명 매력적이다.

AI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버블’로 남을지는 향후 시장 변화와 코어위브의 전략에 달려 있다.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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