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양자컴 멀었다더니…양자 기업 세 곳과 전격 협력 [이해성의 퀀텀 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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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첨단 테크 및 사이언스 담당 이해성 기자입니다. 앞으로 퀀텀 솔러스(Quantum Solace)란 이름으로 온라인 고정 코너를 연재합니다. 100여 년 축적의 역사를 딛고 비상하는 양자(Quantum) 기술을 비롯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우주·항공, 방위산업, 원전·핵융합·수소 등 에너지, 첨단 로봇, AI·퀀텀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전반을 깊게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양자컴퓨터 개발에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발언을 최근 철회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양자컴 특화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처음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하버드대와 MIT가 있는 보스턴에 설립하겠다고 밝힌 '양자 가속 연구센터(NVAQC)'에서 양자 컴퓨터 기업인 큐에라, 퀀티넘, 퀀텀 머신 세 곳과 협력하겠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들 기업과 개발할 기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NVAQC에 들어갈 GPU 갯수도 지목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NVAQC에는 블랙웰 GPU 576개가 탑재된 슈퍼컴퓨터가 들어설 것"이라며 "이 시설은 GB(그레이스-블랙웰)200 NVL72 시스템과 엔비디아 퀀텀-2 인피니밴드 네트워킹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터는 이제 AI슈퍼컴퓨터와 통합돼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속화된 양자 슈퍼컴퓨터'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B200 NVL72 시스템을 호스팅하는 NVAQC.

GB200 NVL72 시스템을 호스팅하는 NVAQC.

엔비디아 GB200 NVL72는 거대언어모델(LLM) 등 학습용 AI와 추론용 AI 등을 아울러 돌릴 수 있게 설계한 워크로드 시스템을 말한다. 랙스케일(서버와 스토리지 등 장비를 하나의 랙 단위로 통합) 액체 냉각 시스템을 갖춰 효율이 좋은 편이다. 72개 블랙웰 GPU와 36개 그레이스 GPU 등으로 구성된다. 퀀텀-2 인피니밴드는 이 같은 워크로드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큐에라와 퀀텀 머신, 퀀티넘 등 양자 기업 세 곳이 하버드대와 MIT 연구진과 함께 NVAQC에 들어가 '엔비디아 표 양자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퀀티넘은 엔비디아의 양자컴 전용 소프트웨어 도구 모음 '쿠다(CUDA)-Q' 플랫폼과 연동된 하드웨어와 에뮬레이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게이트 기반 100큐비트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지브 하즈라 퀀티넘 CEO는 "퀀티넘의 강력한 양자 시스템과 엔비디아의 최첨단 가속 컴퓨팅을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전 프로세서와 양자 프로세서를 연결한 '가속 양자 슈퍼컴퓨터' 개념도.

고전 프로세서와 양자 프로세서를 연결한 '가속 양자 슈퍼컴퓨터' 개념도.

엔비디아는 GPU를 통한 디코딩으로 양자 오류를 정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큐비트는 비트 간 중첩과 얽힘, 결맞음이 모두 이뤄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이를 위해선 큐비트 인코딩과 디코딩이 필요하다.

큐비트는 제어와 측정을 위해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해야 하지만 이런 상호 작용은 동시에 ‘노이즈’의 원인이 된다. 노이즈는 큐비트 상태의 의도치 않은 변화를 말한다. 노이즈는 양자 계산의 결과값의 영향을 미치는데, 이 결과값이 허용오차를 벗어났을 때 오류라고 한다. 양자 알고리즘은 노이즈를 제어할 수 있는 경우에만 작동할 수 있다. 물리적 기기에 논리 큐비트를 심는 것을 큐비트 인코딩이라고 하고, 오류가 발생한 위치와 수정 사항을 파악하는 것을 큐비트 디코딩이라고 한다.

큐비트 디코딩은 오류가 통제 불능 상태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선 수백만 큐비트를 극도로 짧은 시간 내 고전 슈퍼컴퓨터와 양자 시스템간에 지연 없이 오가게 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퀀텀머신은 NVAQC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해 양자 프로세서와 GB200 간에 초고속 고대역폭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컨트롤러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양자컴에서 컨트롤러는 SW 명령을 받아 하드웨어로 전달하는 매개체다.

엔비디아 GH200과 퀀텀머신의 OPX 제어시스템으로 구성된 엔비디아 DGX 퀀텀 시스템.

엔비디아 GH200과 퀀텀머신의 OPX 제어시스템으로 구성된 엔비디아 DGX 퀀텀 시스템.

큐에라는 양자 오류 수정 코드를 검색하고, 양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코드의 성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NVAQC의 주요 목표는 AI슈퍼컴퓨팅이 큐비트 디코딩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NVAQC는 양자 컴퓨팅 개발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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