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제공한 약 28분 분량의 녹취록에 따르면 엄 전 지청장은 지난 5월 29일 ‘쿠팡 무혐의 사건’으로 자신을 수사 의뢰한 문 부장검사를 청장실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문 부장검사는 “17~18년 동안 수사하면서 사건 처리 과정이 이렇게 이상해 본 적은 없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던 중 엄 전 지청장은 “사건 처리 과정을 왜곡하기 위해 증거를 누락한 적이 없다”며 문 부장검사가 홍 전 수석을 겨냥해 수사한 ‘굽네치킨’ 사건 이야기를 꺼냈다.
엄 전 지청장은 “막말로 그런 사건 (수사)하면 내가 검사장 승진 안 될 것이라는 거 알고 차장도 다음에 좋은 보직을 못 갈 거라는 걸 알고”라며 “나는 검사장 승진을 놓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어 “내가 그 민정(정무)수석 사건까지 다 하고 그때 법무부, 대검에서 얼마나 난리치는지 다 알지 않느냐, 그때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부천지청장 잘못 보냈다고 검찰 국장한테 싸우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대검이 홍 전 수석 관련 수사에 대해 압박했지만 자신이 이를 막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 부장검사는 지난해 부천지청 형사3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홍 전 수석의 지인이 2023년 총선을 앞두고 한 모임에서 100만 원 상당의 굽네치킨 상품권을 기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공모 혐의 사건을 수사했다. 홍 전 수석은 굽네치킨 창업자다. 엄 전 지청장은 또 문 부장검사에게 “내 검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장 승진이나 상품을 3부장한테 다 밀어줬다”며 “법무부 장관이 부천지청장 잘못했다고 길길이 날뛰는 걸 내가 전달도 안 하고 그렇게 수사팀을 이어줬다”고도 했다.한편 당시 수사팀은 홍 전 수석의 지인만 기소했고, 그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최종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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