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반 문의가 계속 들어와 3개월 전 처음으로 개설했어요. 지금은 30명 정도가 다닐 만큼 반응이 좋아요."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복싱장은 최근 처음으로 키즈반을 신설했다. 성인 회원을 주로 받던 복싱장이 운영 방식을 바꾼 이유는 학부모들의 개설 문의가 이어져서다. 이 같은 변화는 주짓수 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관장들은 태권도 대신 주짓수와 복싱을 찾는 부모들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들은 싸움을 잘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학교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키워 자기방어 능력을 익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같은 운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들으라 해서 왔어요"…학부모가 먼저 권유
실제 키즈 주짓수 수업은 부모들이 기대하는 '자기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주짓수 도장. 관장 A씨가 초등학교 5학년 최서우 군(12)에게 '손싸움' 기술을 선보인 뒤 학생들에게 "관장님이 방금 서우를 이길 수 있는 이유가 뭐였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들은 "힘이요!", "빨라서요!"라고 앞다퉈 대답했다. 이날 도장에서는 초등학생 8명이 참여한 키즈반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생 8명 중 6명은 부모의 권유로 주짓수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모인 아이들은 체격과 성별에 관계없이 파트너를 바꿔가며 스파링했다. 방금 배운 손싸움 기술을 적용해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거나 공격을 피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서로를 제압하거나 넘어져도 이내 까르르 웃으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스파링이 끝난 뒤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친구들과 살짝 장난치며 다음 순서를 기다렸다.
스파링 후에는 짤막한 호신술 수업이 이어졌다. 호신술 시간에는 낯선 어른이 양손으로 끌고 가려 할 때 빠져나오는 방법도 배웠다. 손싸움 기술과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동작을 반복해 익힌 뒤에야 수업이 끝났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관장을 향해 "우스"라고 외치며 주먹을 맞댔다.
수업에서 자기방어를 강조하는 이유는 학부모들의 우려와 맞닿아 있었다. 관장 A씨는 "학교폭력을 걱정하는 학부모님들이 많다"며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이 있는 운동, 호신의 개념으로 많이 시작하시더라"라고 말했다. A씨는 "4~5년 전에는 아이들 수강생이 고학년이 많았는데 지금은 저학년 친구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태권도를 배우다 주짓수로 종목을 바꾼 아이들도 있었다. 저학년 때까지 태권도를 배우다 최근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한 한은준 군(11)은 "태권도장에서는 발차기랑 주먹만 하는데 여기는 몸 전체를 써서 재밌다"며 "스파링 시간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최군(12)은 태권도를 배우다 최근 주짓수로 종목을 옮겼다. 최군은 "학교 반에서도 태권도보다 주짓수나 복싱을 배우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몸 지킬 줄 아는 아이였으면"…태권도 대신 복싱·주짓수 찾는 이유
아이들이 즐거움과 운동 자체의 매력을 이야기했다면, 학부모들이 주짓수와 복싱을 선택한 이유는 조금 달랐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40대 B씨는 "지난해부터 복싱을 보내고 있다"며 "옛날에는 우스갯소리로 축구를 잘하면 학교생활이 편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애들끼리 축구도 못한다. 만약 자기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아이가 위축되지 않고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서 복싱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폭력은 학부모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 푸른나무재단이 전국 초·중·고교생 84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26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6.2%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생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 비율이 12.5%로 가장 높았다.
태권도 일변도였던 아동 스포츠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키즈주짓수협회도 출범했다. 성인 중심이던 주짓수 시장에서 어린이 교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협회가 생긴 것이다.
어떤 일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해 '발(足)굴단'이 탄생했습니다. 발굴단은 화제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빠르게 달려가 직접 확인해보고 꼼꼼하게 검증해 보겠습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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