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맛있길래 4배가격에 역직구?”…‘삼계탕 사발면’ 탄생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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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얼마나 맛있길래 4배가격에 역직구?”…‘삼계탕 사발면’ 탄생비화

입력 : 2026.06.23 05:58

日서만 출시 농심 삼계탕 사발면
개발주역 박동윤·박세빈 주임

삼계탕 사발면 개발을 주도한 박세빈 농심 주임(왼쪽)·박동윤 주임. [김재훈 기자]

삼계탕 사발면 개발을 주도한 박세빈 농심 주임(왼쪽)·박동윤 주임. [김재훈 기자]

컵라면 왕국 일본을 ‘한국의 맛’으로 뚫었다. 일본에 여행 갔던 한국인들의 시식 후기가 이어지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현지 판매가 192.24엔(약 1821원)의 4배가 넘는 8000원에 판매되기까지 했다. 이런 역직구 대란까지 일으킨 주인공은 이달 농심이 일본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출시한 ‘삼계탕 사발면’이다. 삼계탕 사발면을 필두로 한국의 맛 시리즈 컵라면의 개발 주역인 농심의 박세빈 스프개발3팀 주임(26)·박동윤 면개발팀 주임(29)을 만나 개발에 얽힌 뒷얘기를 들어봤다.

일본에서 K푸드는 곧 ‘매운맛’으로 통한다. 그러나 농심 연구진은 ‘매운맛 0%’라는 역발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박동윤 주임은 “삼계탕·곰탕·부대찌개 등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국물 요리를 알리자는 취지가 컸다”며 “입사 동기끼리 처음 주도적으로 맡은 프로젝트인데 해외 소비자 반응이 좋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 인삼향 구현에 가장 공들여

세 제품 가운데 가장 까다로웠던 건 삼계탕 사발면이었다. 부대찌개나 곰탕은 참고할 만한 기존 제품이 있었지만, 삼계탕은 사실상 처음부터 맛의 방향을 잡아야 했다. 스프 개발을 맡은 박세빈 주임은 “삼계탕집마다 국물이 맑은 곳도 있고 걸쭉한 곳도 있어 어느 한 가지 맛으로 정의하기 어려웠다”며 “10곳 넘는 삼계탕집을 다니며 좋은 포인트를 골라 제품에 녹이려 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자연스러운 인삼향 구현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홍삼캔디향’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세빈 주임은 “강한 인삼향이 일본 소비자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함량을 0.1% 단위로 조정하며 가장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지점을 찾기 위해 수백 차례 시식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박동윤 주임은 “생산공장 직원들도 삼계탕 사발면을 생산한 날엔 삼향이 공장 가득 퍼질 정도라고 귀띔해 준다”며 “일본 소비자들도 한국에서 먹던 삼계탕 같다는 후기를 많이 남겼다”고 덧붙였다.

건더기와 면도 새로 설계했다. 삼계탕은 애초에 고명을 많이 얹어 먹는 음식이 아닌 데다 상온 보관해야 하는 컵라면의 특성상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기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진은 대체육을 활용해 닭고기 특유의 식감과 풍미를 살렸다. 면발은 기존 사발면보다 조금 더 굵고 납작하게 뽑았다. 국물이 면에 잘 묻어 함께 따라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농심재팬이 일본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출시한 ‘부대찌개 사발면’, ‘곰탕 사발면’, ‘삼계탕 사발면’  [세븐일레븐 재팬]

농심재팬이 일본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출시한 ‘부대찌개 사발면’, ‘곰탕 사발면’, ‘삼계탕 사발면’ [세븐일레븐 재팬]

◆ “컵라면 500개 넘게 먹었죠”

삼계탕 사발면이 최종 출시되기까지는 약 1년6개월이 걸렸다. 배합비를 조금씩 달리한 시제품만 30여 종. 면 개발팀은 면을, 스프 개발팀은 국물을 중심으로 매일 맛을 비교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갔다. 박세빈 주임은 “하루에 기본 컵라면 두개 씩은 먹으니 개발 기간 동안 먹은 양을 따지면 어림잡아 500개는 될 것”이라며 “시식이 많은 날은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으면서 일한다”고 말했다. 삼계탕 맛 연구는 연구실 밖에서도 계속됐다.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삼계탕을 주로 먹고 국물의 농도와 향, 재료 조합을 분석했다.

일본 시장을 읽기 위한 작업도 병행됐다. 특히 매주 신제품이 나오는 일본 편의점 제품은 분석 1순위다. 박동윤 주임은 “최근에 김치를 일본 스타일로 변주한 제품들이 여러 개 출시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일본 법인에서 보내주는 동향 자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 미각 유지 위해 주기적 훈련

날카로운 미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농심 연구소는 별도의 미각 트레이닝실을 갖추고 있고 여기서 심사역을 맡는 평가단도 운영하고 있다. 이 트레이닝실에서 음식을 받아든 뒤 어떤 향과 맛이 튀는지 뒷맛이나 식감은 어떤지까지 세밀하게 표현하는 훈련이 진행된다. 박동윤 주임은 “혀로 느끼는 맛 외에 향과 시각적 요소까지 분석해야 한다”며 “맛에 대한 표현력도 세밀하게 하기 위한 훈련을 거친다”고 했다.

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을 묻자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조리예 그대로 먹어보라”고 했다. 뻔한 답 같지만 이유가 있다. 신제품을 낼 때마다 물의 양과 조리 시간, 면의 익힘 정도까지 모두 계산해 가장 맛있는 조건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박동윤 주임은 “개발자가 정한 조리법이 제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식”이라며 “일단 ‘순정’으로 먹는 걸 추천하고 저도 계란 정도만 넣는다”고 말했다.

두 연구원의 다음 목표는 더 많은 ‘한국의 맛’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다. 매운맛 이외의 보양식, 맑은 국물 요리에서도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박세빈 주임은 “한국에는 아직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별 향토요리가 많다”며 “그런 음식들을 간편식으로 구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박동윤 주임은 “마라탕이 한국에서 K마라탕처럼 진화했듯 해외의 유명 요리도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다시 세계 시장에 내놓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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