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에세이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샘터)를 쓴 박정은 트레이너(32)는 “억만장자도 운동법은 소시민과 별 차이가 없다. 운동은 많이 하면 좋은 게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만큼 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10년째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서 마음이 급해지는 이들이 많다. 운동으로 몸이 극적으로 변한 사람에겐 큰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박 작가는 “보여지는 몸에 집착하면 건강을 망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확하게 운동해야 한다는 강박이 운동과 멀어지게 만든다”며 “움직이는 것 자체가 운동이기에 운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출간한 이 책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화여대 체육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 작가는 서울 마포구에서 여성 전용 퍼스널 트레이닝(PT)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박 작가를 지난달 29일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책의 편집자인 이은주 샘터 과장(32)은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일 만났다.
책을 기획하게 된 건 2021년이었다. PT를 받기 시작한 이 과장이 운동에 관심이 생긴 것. 이 과장은 “운동을 주제로 삶이 녹아든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트레이너 중 글을 쓸 사람을 찾다 ‘바쁜 사람은 단순하게 운동합니다’(웨일북)를 낸 박 작가를 발견했다.
“운동으로 놀라운 변화를 겪은 체험기나 인플루언서가 쓴 책은 많습니다. 그런 책을 보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지만 한편으론 먼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박 작가님은 운동을 친근하게 여기게 해서 ‘이 분이다!’ 싶었죠. 저처럼 운동을 잘 못하고 운동과는 거리가 먼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박 작가는 흔쾌히 수락했다. 다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본격적인 집필은 2023년부터 하게 됐다. “평소 하던 말을 글로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기에게 바르게 움직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아기는 계속 이리저리 시도하다 몸에 맞는 움직임을 찾아요. 일단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하는 만큼 되는 게 맞는데, 일단 되는 만큼 하는 게 먼저입니다.”
박 작가는 보기 좋은 몸을 만들려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스터 올림피아 8관왕에 오른 전설적인 보디빌더 로니 콜먼은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수술을 열 번도 넘게 받았어요. 지금은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요. 보디빌딩 대회 참가자 중에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도 많아요. 일반 대회와 별도로 약물 복용을 안 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내추럴 대회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그는 운동과 몸에 대해 강박을 가진 이들을 많이 봤다.
“체질적으로 땀이 잘 안 나는데 땀이 나야 운동을 했다고 여겨서 무리하다 5일간 근육통을 앓는 분도 있어요. 체지방률도 낮추려고 애쓰는데요, 여성은 체지방률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고 무월경이 오기도 해요. 갑상선 호르몬 분비도 저하되고요.”
그는 사람들이 뭘 위해 살을 빼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많은 분들이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하고 강도 높게 운동하는 등 시간 노력 비용을 엄청 투입하는데요, 단기간에 살을 빼면 얼마 지나 이전 상태로 돌아옵니다. 너무 불필요한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면 좋겠어요.”
그는 체질량지수(BMI), 칼로리 등 수치에 연연하지 않길 바랐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칼로리는 100년도 더 전에 서양인을 기준으로 소화 흡수율을 고려해 계산한 수치인데 지금 서양인의 신체는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 아시아인의 신체는 더욱 거리가 있다. 그는 “아시아인은 췌장 크기가 서양인과 다르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다”고 했다.
보디 프로필 열풍이 불 때 박 작가도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근육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보정해주는 건 알았지만 사진을 보니 머리도 작게 보정돼 몸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더라고요.(웃음) 제 몸을 싫어한 적이 없었는데 보정한 보디 프로필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일이 자주 생겼어요. 다시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까지 수개월이 걸렸죠. 보이는 몸과 숫자에 연연하지 않아야 몸이 가벼워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책에서 제자리걸음, 호흡도 운동이라고 하고 유난히 피곤한 날에는 16시간 단식해 보라고 권한다. 특정 운동이 너무 싫으면 조금 덜 싫은 운동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박 작가는 “운동하길 어려워하는 사람이 좌절하지 않도록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한 박 작가는 ‘운동 심리학’(김병준 지음)을 읽고 체대에 진학했다. 그는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학생 시절 도서관에 오랜 시간 머물렀던 그는 “책 사이에서는 숨이 잘 쉬어진다”고 말한다.
박 작가와 이 과장은 책을 만들 때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한다. 중복되는 내용이나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빼다보니 10꼭지 정도 덜어냈다. 이 과장은 “글을 줄이는 게 작가에겐 쉽지 않은데 박 작가님은 시원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제목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박 작가의 아이디어였다. 이 과장은 “주제를 잘 드러내 바로 와 닿았다”고 했다. 부제로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을 달았다.
박 작가는 팟캐스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책을 알렸다. 입소문이 나면서 독립서점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들은 “되는 만큼 하면 이미 충분한 큰 걸음을 내딛는 거라고 일깨워준다”,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줘 조금 더 움직이고 싶어진다”는 리뷰를 올렸다. 박 작가는 “제 마음이 전해져 반가웠다”고 했다. 이 과장은 “책을 내자는 약속을 3년 만에 지키게 돼 안도했다”며 웃었다.
이 과장도 책을 만들면서 변화가 생겼다.
“작가님이 제게 맞는 운동을 해보라고 권해서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리조트에서 진행하는 요가 수업에 참가했어요. 해보니 좋아서 한국에 돌아와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 과장은 내추럴 와인을 다룬 실용서, 강아지를 다룬 에세이를 비롯해 소설, 학술서까지 두루 만들었다.
“실생활과 연결되는 지식을 재밌게 전달하면서도 독자들이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책의 형태도 완전히 새롭게 해 소장욕을 자극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 작가는 사람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돕고 싶다고 했다.
“업무나 인간 관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아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운동이 유일합니다. 부담 없이 움직이며 만족감을 느끼는 경험을 하다 보면 운동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샘터·2024년)는….
10년차 트레이너인 박정은 작가가 운동은 어려운 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운동과 몸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운동과 거리가 멀거나 운동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이 운동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게 해준다. 이화여대 체육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 작가는 서울 마포구에서 여성 전용 피트니스 트레이닝(PT)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보기에 좋은 몸이 건강한 몸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설적인 보디빌더 로니 콜먼은 허리 통증으로 열 번 넘게 수술을 받았고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탄다. 어깨 통증 등에 시달리는 트레이너도 상당수다. 그는 체질량지수(BMI)와 칼로리 등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보여 지는 몸이나 체중보다는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운동은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을 내려놓고 일단 되는 만큼 움직여보라고 권한다. 그게 익숙해지면 훈련으로서의 운동을 하면 된다는 것. 싫은 운동이 있으면 더 싫은 것과 덜 싫은 것을 구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달리는 건 싫지만 경사를 오르며 걷는 건 좋아한다는 걸 발견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휴식법과 운동법, 식사법도 넣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허밍을 하면 호흡의 질이 올라가고 폐의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운동을 가르칠 때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이 적절한지 고민하고, “계단 올라가는 게 안 무섭다”, “아이를 더 오래 안을 수 있게 됐다”는 회원의 말에 뿌듯함을 느끼는 등 트레이너로서의 일상도 담겼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