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의 운동법? 심폐 체력·근력 훈련…‘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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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48)은 신체 나이를 18세로 돌리겠다며 아들의 피를 수혈하고 집에 피부과에 준하는 시설을 갖춰 피부 나이를 22년이나 젊게 만들었다. 운동과 식단 관리도 과학자들이 한다. 한데 운동 방법이 특별하진 않다. 맨몸 운동이 기반이 돼 심폐 체력 훈련과 근력 훈련을 병행한다. 차이라면 엄격하게 제한된 양의 훈련만 한다는 것.

에세이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샘터)를 쓴 박정은 트레이너(32)는 “억만장자도 운동법은 소시민과 별 차이가 없다. 운동은 많이 하면 좋은 게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만큼 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10년째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서 마음이 급해지는 이들이 많다. 운동으로 몸이 극적으로 변한 사람에겐 큰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박 작가는 “보여지는 몸에 집착하면 건강을 망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확하게 운동해야 한다는 강박이 운동과 멀어지게 만든다”며 “움직이는 것 자체가 운동이기에 운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출간한 이 책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를 쓴 박정은 트레이너. 책을 좋아해 전공 서적들을 배치해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박정은 작가 제공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를 쓴 박정은 트레이너. 책을 좋아해 전공 서적들을 배치해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박정은 작가 제공

이화여대 체육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 작가는 서울 마포구에서 여성 전용 퍼스널 트레이닝(PT)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박 작가를 지난달 29일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책의 편집자인 이은주 샘터 과장(32)은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일 만났다.

책을 기획하게 된 건 2021년이었다. PT를 받기 시작한 이 과장이 운동에 관심이 생긴 것. 이 과장은 “운동을 주제로 삶이 녹아든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트레이너 중 글을 쓸 사람을 찾다 ‘바쁜 사람은 단순하게 운동합니다’(웨일북)를 낸 박 작가를 발견했다.

“운동으로 놀라운 변화를 겪은 체험기나 인플루언서가 쓴 책은 많습니다. 그런 책을 보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지만 한편으론 먼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박 작가님은 운동을 친근하게 여기게 해서 ‘이 분이다!’ 싶었죠. 저처럼 운동을 잘 못하고 운동과는 거리가 먼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박 작가는 흔쾌히 수락했다. 다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본격적인 집필은 2023년부터 하게 됐다. “평소 하던 말을 글로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기에게 바르게 움직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아기는 계속 이리저리 시도하다 몸에 맞는 움직임을 찾아요. 일단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하는 만큼 되는 게 맞는데, 일단 되는 만큼 하는 게 먼저입니다.”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책 표지.                       샘터 제공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책 표지. 샘터 제공

박 작가는 보기 좋은 몸을 만들려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스터 올림피아 8관왕에 오른 전설적인 보디빌더 로니 콜먼은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수술을 열 번도 넘게 받았어요. 지금은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요. 보디빌딩 대회 참가자 중에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도 많아요. 일반 대회와 별도로 약물 복용을 안 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내추럴 대회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그는 운동과 몸에 대해 강박을 가진 이들을 많이 봤다.

“체질적으로 땀이 잘 안 나는데 땀이 나야 운동을 했다고 여겨서 무리하다 5일간 근육통을 앓는 분도 있어요. 체지방률도 낮추려고 애쓰는데요, 여성은 체지방률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고 무월경이 오기도 해요. 갑상선 호르몬 분비도 저하되고요.”

그는 사람들이 뭘 위해 살을 빼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하고 강도 높게 운동하는 등 시간 노력 비용을 엄청 투입하는데요, 단기간에 살을 빼면 얼마 지나 이전 상태로 돌아옵니다. 너무 불필요한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면 좋겠어요.”

그는 체질량지수(BMI), 칼로리 등 수치에 연연하지 않길 바랐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칼로리는 100년도 더 전에 서양인을 기준으로 소화 흡수율을 고려해 계산한 수치인데 지금 서양인의 신체는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 아시아인의 신체는 더욱 거리가 있다. 그는 “아시아인은 췌장 크기가 서양인과 다르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다”고 했다.

보디 프로필 열풍이 불 때 박 작가도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근육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보정해주는 건 알았지만 사진을 보니 머리도 작게 보정돼 몸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더라고요.(웃음) 제 몸을 싫어한 적이 없었는데 보정한 보디 프로필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일이 자주 생겼어요. 다시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까지 수개월이 걸렸죠. 보이는 몸과 숫자에 연연하지 않아야 몸이 가벼워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를 쓴 박정은 트레이너.  그는 “보디 프로필을 찍으니 머리를 작게 보정해줘 몸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인다”며 웃었다.                          박정은 작가 제공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를 쓴 박정은 트레이너. 그는 “보디 프로필을 찍으니 머리를 작게 보정해줘 몸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인다”며 웃었다. 박정은 작가 제공

그는 책에서 제자리걸음, 호흡도 운동이라고 하고 유난히 피곤한 날에는 16시간 단식해 보라고 권한다. 특정 운동이 너무 싫으면 조금 덜 싫은 운동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박 작가는 “운동하길 어려워하는 사람이 좌절하지 않도록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한 박 작가는 ‘운동 심리학’(김병준 지음)을 읽고 체대에 진학했다. 그는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학생 시절 도서관에 오랜 시간 머물렀던 그는 “책 사이에서는 숨이 잘 쉬어진다”고 말한다.

박 작가와 이 과장은 책을 만들 때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한다. 중복되는 내용이나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빼다보니 10꼭지 정도 덜어냈다. 이 과장은 “글을 줄이는 게 작가에겐 쉽지 않은데 박 작가님은 시원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제목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박 작가의 아이디어였다. 이 과장은 “주제를 잘 드러내 바로 와 닿았다”고 했다. 부제로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을 달았다.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를 쓴 박정은 트레이너.                           박정은 작가 제공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를 쓴 박정은 트레이너. 박정은 작가 제공

박 작가는 팟캐스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책을 알렸다. 입소문이 나면서 독립서점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들은 “되는 만큼 하면 이미 충분한 큰 걸음을 내딛는 거라고 일깨워준다”,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줘 조금 더 움직이고 싶어진다”는 리뷰를 올렸다. 박 작가는 “제 마음이 전해져 반가웠다”고 했다. 이 과장은 “책을 내자는 약속을 3년 만에 지키게 돼 안도했다”며 웃었다.

이 과장도 책을 만들면서 변화가 생겼다.

“작가님이 제게 맞는 운동을 해보라고 권해서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리조트에서 진행하는 요가 수업에 참가했어요. 해보니 좋아서 한국에 돌아와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 과장은 내추럴 와인을 다룬 실용서, 강아지를 다룬 에세이를 비롯해 소설, 학술서까지 두루 만들었다.

“실생활과 연결되는 지식을 재밌게 전달하면서도 독자들이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책의 형태도 완전히 새롭게 해 소장욕을 자극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 작가는 사람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돕고 싶다고 했다.

“업무나 인간 관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아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운동이 유일합니다. 부담 없이 움직이며 만족감을 느끼는 경험을 하다 보면 운동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샘터·2024년)는….

10년차 트레이너인 박정은 작가가 운동은 어려운 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운동과 몸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운동과 거리가 멀거나 운동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이 운동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게 해준다. 이화여대 체육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 작가는 서울 마포구에서 여성 전용 피트니스 트레이닝(PT)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보기에 좋은 몸이 건강한 몸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설적인 보디빌더 로니 콜먼은 허리 통증으로 열 번 넘게 수술을 받았고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탄다. 어깨 통증 등에 시달리는 트레이너도 상당수다. 그는 체질량지수(BMI)와 칼로리 등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보여 지는 몸이나 체중보다는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운동은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을 내려놓고 일단 되는 만큼 움직여보라고 권한다. 그게 익숙해지면 훈련으로서의 운동을 하면 된다는 것. 싫은 운동이 있으면 더 싫은 것과 덜 싫은 것을 구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달리는 건 싫지만 경사를 오르며 걷는 건 좋아한다는 걸 발견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휴식법과 운동법, 식사법도 넣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허밍을 하면 호흡의 질이 올라가고 폐의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운동을 가르칠 때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이 적절한지 고민하고, “계단 올라가는 게 안 무섭다”, “아이를 더 오래 안을 수 있게 됐다”는 회원의 말에 뿌듯함을 느끼는 등 트레이너로서의 일상도 담겼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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