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관람객, 전년比 3분의 2…“극장 대신 넷플릭스”
돌파구는 ‘흥행작’인데 신규 제작 없어…“이대론 망해”
국내 업계 2·3위 업체가 사업 개선이 아닌 생존에 방점이 찍힌 합병을 추진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신작 영화 제작도 중단되는 등 향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업계 우려를 더한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박스오피스 관람객 수는 2082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091만 명)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분기 전체 영화관 매출액도 20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6%(1014억 원) 감소했다.
가장 큰 요인은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같은 OTT로 영화를 보는 등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극장 관객 수(1억2313만 명)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억2668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오른 티켓값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특히 지난해에는 ‘파묘’, ‘범죄도시4’ 등 ‘1000만’ 흥행작이 다수 있었지만 올해는 기대작들의 성적이 저조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흥행한 ‘미키17’의 관객은 300만 명에 불과했다.
결국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줄줄이 참담한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메가박스는 1분기 10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폭이 전년 동기(-14억 원)보다 635% 확대됐다. 업계 1위 CJ CGV도 국내 영화 사업에 한정하면 1분기 31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폭이 전년 동기(-147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업계 2위·3위였던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지난 8일 합병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매 분기 적자가 수백억 원씩 쌓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다가 망하는 것보다는, 합병해 중복 투자 및 경쟁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단 2019년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 자체가 크게 변했다. 당시 영화관 수익성 악화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신작 수가 줄었고, 결국 관람객 감소를 불러왔다. 이는 또다시 영화관의 수익성 악화 및 영화 산업 축소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실제로 2019년 45편이었던 신규 개봉 영화는 2024년 37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약 20편 내외로 6년 전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제작 착수 이후 극장 상영까지 수년이 걸리는 사이클을 고려하면 코로나19가 현재 극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극장 상영 영화가 OTT로 유통되는 기간에 유예를 두는 ‘홀드백’ 논의가 지지부진한 점도 업황 부진의 장기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개봉 영화를 OTT에서 볼 수 있으니, 굳이 영화관에 갈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예전에 찍어놓고 묵혔다가 푸는 ‘창고 영화’로 어떻게든 버텨왔는데, 요즘에는 제작되는 영화가 정말로 많이 없다”며 “대규모 자본이 투자돼 블록버스터 영화가 나와야 관객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데, 그런 투자 유치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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