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장한 ‘KOR든스테이트’의 무자비함. 다만 귀화선수 공백은 여전히 크다.
안준호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은 11일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대비 1차 평가전에서 91-77로 승리했다.
대한민국은 100% 만족하기 힘든 경기를 치렀다. 국내에서 90점이 넘는 화려한 게임을 했다는 것, 무엇보다 숙적 일본을 꺾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나 평가전인 만큼 과정이 더 중요했다. 과정은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일본은 이번 1차 평가전에서 대단히 어린 선수들이 출전했다. 하치무라 루이는 없었고 와타나베 유타, 토가시 유키, 히에지마 마코토도 합류하지 않았다. 카와무라 유키, 바바 유다이, 토미나가 케이세이는 NBA 서머리그에 출전했다. 요시이 히로타카는 1차 평가전에서 엔트리 제외됐다.
조시 호킨슨이 유일한 베스트 전력이었으며 카이 테브스, 제이콥스 아키라는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이지만 출전 시간을 많이 가져가지 못하는 자원이다.
물론 나카무라 타이치, 카네치카 렌, 카와시마 유토 등은 언젠가 1군 레벨로 올라올 수 있는 선수들. 그렇다고 해도 일본은 분명 어렸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았다.
경기력만큼은 부족하지 않았다. 톰 호바스 체제에서의 일본 특유의 스페이싱 게임, 과감하고 날카로운 3점슛은 여전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높이가 약하다고 생각하자 호킨슨을 활용한 투맨 게임으로 쉬운 득점도 해내는 전략을 자랑했다. 3쿼터 유기상의 ‘폭풍 3점슛’, 4쿼터 이현중, 이정현, 여준석이 동시에 폭발하지 않았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대한민국은 18개의 3점포를 성공시켰다는 건 고무적이었다. 36개를 시도, 18개를 성공하며 무려 5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속공으로 12점을 챙길 정도로 트랜지션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첫 평가전이었던 만큼 확실하게 가져가야 할 부분을 챙기지 못했다. 바로 리바운드다.
대한민국은 이번 평가전에서 4쿼터를 제외한 모든 쿼터에서 리바운드 열세를 보였다. 결국 31-39, 8개 차이로 밀렸다. 하윤기가 없고 호킨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높이를 압도적이라고 보기 힘들기에 아쉬움이 컸다. 공격 리바운드 17개를 허용하고도 승리한 건 대단한 일이다.
리바운드 문제는 다가올 아시아컵에 있어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3점슛은 결국 기복이 있다. 홈 이점이 없는 아시아컵에선 확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리바운드는 기복이 없다. ‘어린’ 일본보다 피지컬이 좋은 중동, 그리고 토너먼트에서 만날 아시아 강호의 경우 파워와 높이가 강하다. 귀화선수 없는 대한민국 입장에선 높이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귀화선수의 중요성이 또 한 번 언급될 수밖에 없다. 이승현의 헌신, 이현중의 터프함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컵 높이 경쟁은 한계가 있다. 하윤기가 돌아온다고 해도 100% 컨디션이 아니라면 물음표에 가깝다. 이 부분을 확실하게 채워줄 수 있는 건 결국 국내선수가 아닌 귀화선수다. 골밑을 확실히 지켜줄 귀화선수의 존재감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외곽 화력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문제는 라건아 시대가 끝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귀화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컵에서 귀화선수 없이 성적을 낸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KOR든스테이트’의 막강한 화력이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이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것도 결국 귀화선수다.
91-77, 14점차 승리는 분명 값진 결과이지만 리바운드, 높이라는 확실한 약점을 노출한 대한민국이다. 아시아컵을 바라봐야 할 우리에게 있어 대단히 뼈아픈 부분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