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와 ‘평균인’ 문형배 [매경데스크]

15 hours ago 1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60여 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나눔과 기부의 삶을 살아온 '어른'으로, 최근 그의 삶과 철학이 재조명받고 있다.

그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는 베스트셀러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휴먼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도 독립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장하와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각각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위한 길을 고민하며, 묵묵히 사회에서의 평범함을 실천하고 있다.

회원용

핵심 요약쏙은 회원용 콘텐츠입니다.

매일경제 최신 뉴스를 요약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나눔으로 공동체 지켜온 金
묵묵히 헌재책임 완수한 文
사회적 책임 다하는 큰어른
조용히 제몫을 하는 평균인
그들의 어깨에 미래 달렸다

사진설명

평생 차 한 대 가진 적 없고, 찍힌 사진마다 늘 구석 자리에 서 있던 사람. 하지만 작은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울림을 주었던 사람. 60여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나눔과 기부의 삶을 살아온 ‘어른’ 김장하 선생 이야기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혼란스럽다. 정치권은 싸우고, 공공은 흔들리고, 지도자라 불리는 이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큰 어른’에 대한 갈망 때문일까. 어른 김장하에 대한 재조명 열기가 뜨겁다.

2023년 출간된 김장하 선생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차트를 역주행 중이다. 재고가 동나 지난 4월 4일 이후 3주 만에 2만5000부를 추가 인쇄했다. 휴먼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도 관객 성원에 힘입어 재개봉, 한국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다큐 중 한 토막을 소개한다.

과거 학창 시절 김장하 선생에게 장학금을 받았던 한 인사가 찾아와 말했다. “제가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 돼 죄송합니다.” 김장하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었어.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

평지가 없으면 산도 없고, 평범함이 없으면 위대함도 없다. 김장하는 그 단순한 진실을 꿰뚫고 있었다. 그런 김장하 선생의 신념 때문일까.

‘김장하 장학생’인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평범함’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평범함을 끊임없이 자각하려 노력한다.

지난 2019년 문형배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그의 재산이 화제가 됐다. 한 국회의원이 물었다. “헌법재판관 재산 평균이 20억 원쯤 되는데, 특별히 재산이 적은 이유가 있나?”

이에 문 후보자는 “최근 통계를 봤는데 가구당 평균 재산이 한 3억 원 남짓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제 재산은 한 4억 조금 못 된다. 평균 재산을 좀 넘어선 거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평균을 향한 그의 집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18일 헌법재판소 퇴임식에서도 ‘평균인 문형배’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퇴임사 문서부터 달랐다. 다른 헌재 재판관들의 퇴임사는 헌재 로고와 재판관 이름이 궁서체로 큼직하게 적힌 정식 표지를 갖췄지만, 문 전 권한대행의 퇴임사는 표지 없이 조용히 시작됐다.

퇴임사 내용도 다른 고위직 인사들의 퇴임사에 비해 조금 더 따뜻했다. 가족이나 동료 뿐 아니라 헌재 내 테니스 동호회 ‘파워테니스’와 걷기 동호회 ‘뚜둥회’의 총무들 이름까지 하나하나 언급하며 헌재의 일상을 추억했다.

문 전 대행은 퇴임 후 거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 신고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관예우로 거액 연봉을 받는 변호사는 평균인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싶다.

김장하의 ‘조용한 헌신’이 미래를 키웠다면, 문형배의 ‘평균인의 품격’은 혼란의 시대에서 현재를 지켰다. 김장하는 말없이 헌신했고, 문형배는 말없이 책임을 감당했다. 둘은 방식도 다르고 길도 달랐지만, 침묵 속에서 무게를 견디며, 공동체를 위한 길을 고민했다.

이들뿐 아니라 어쩌면 지금 우리 곁에는 더 많은 ‘어른’들이 있다.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아 우리가 잘 알아채지는 못하지만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우리의 이웃들 이야기다. 크고 작은 어른들이 제각기 자리를 지킬 때,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손일선 사회부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좋아요 0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