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룰’ 확정에…김두관 “경선 거부” 김동연 “원칙 파괴”

1 day ago 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퓨리오사AI NPU칩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4.14.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퓨리오사AI NPU칩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4.14.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선 후보를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선출하기로 14일 확정했다. 이전 대선까지 민주당은 당원과 일반 국민에게 동일한 1인 1표를 주는 ‘국민경선’을 실시해 왔는데, 이번엔 ‘당원 주권 강화’와 ‘역선택 우려’ 등을 내세우며 권리당원의 투표권을 대폭 강화한 ‘국민참여경선’으로 경선룰을 바꾼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요구해 온 비명(비이재명)계 김두관 전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리고 배제한 민주당 경선을 거부한다”며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역시 비명계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민주당 원칙인 국민경선이 무너진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 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경선에 그대로 참여하기로 해 민주당 경선은 이재명 전 대표와 김 지사, 김 전 지사 간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 96.56% 찬성률로 확정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원 50%와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대선 후보를 뽑는 특별당규 제정의 건을 96.56%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6·3 대선에 나설 민주당 경선 후보는 12개월 전에 당에 가입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약 114만 명의 권리당원이 50%를 결정하며, 나머지 50%는 안심번호로 추출한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정한다. 여론조사는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을 대상으로만 진행하며, 국민의힘 등 다른 당 지지자 응답은 배제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가 비명계 주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특별당규 제정을 밀어붙인 건 의도적 ‘역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춘석 특별당규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우리 당 경선이 극우와 사이버 세력의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낙연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다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28.30%를 기록해 이 후보(62.37%)에게 크게 밀렸다. 당시 이 전 대표 측은 “특정 종교 집단이 개입한 결과”라고 주장했는데, 이번에도 전광훈 목사 등이 주도하는 극우 세력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권리당원 114만 명이 전부 투표에 참여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외부 세력이 10만 명만 들어와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특히 특정 ‘지령’을 받고 들어오는 외부 세력이라면 당연히 의도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라고 속여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 ‘비명횡사’ 이어 ‘어대명’ 경선룰 논란

김두관 전 의원 / 김동연 경기도지사 (사진=뉴시스)

김두관 전 의원 / 김동연 경기도지사 (사진=뉴시스)
비명계 주자들은 거세게 반발해 지난 총선 당시의 ‘비명횡사’(비명계 공천 불이익) 논란에 이어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경선룰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 경선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낸 뒤 “신천지가 두렵고 전광훈이 무서운데 무슨 선거를 치르냐. 그런 역선택이 민주당 경선에서 언제 있었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국민과 나라를 위해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이 좋을지 숙고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김 전 의원 측은 제3지대행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김 지사도 “그동안 민주당의 전통은 당직은 당원에게, 선출직은 국민에게 맡기는 게 원칙이었다”며 “민주당의 원칙인 국민경선이 무너진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이 전 대표가 유독 일반 국민 (여론조사)투표에서만 좀 흔들렸던 기억 때문에 방법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드냐”는 질문엔 “그런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지사는 “그럼에도 당원이 결정한 만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밭을 탓하지 않는 농부의 심정으로 경선에 임하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선룰 논란에 대해 “좀 안타깝다. 당 차원에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