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가 느끼는 베어스 캡틴의 무게, 영광+설욕+새로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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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캡틴’ 양의지와 함께 2025시즌 다시 일어선다.

2025시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이승엽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양의지를 주장으로 낙점했다. 양석환의 유임 가능성도 있었지만 많은 코칭스태프는 구단의 레전드이자 상징인 양의지가 가슴에 새겨진 캡틴의 무게감을 안고 선수단을 아울러 주길 바랐다.

프로 커리어 내내 주장을 맡았을 것 같은 이미지의 양의지다. 하지만 NC 다이노스에서 3시즌간 주장을 맡은 것 외에 두산에서 주장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시즌 두산이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무리 한 만큼 양의지의 각오 또한 더 굳건했다.

두산의 캡틴 양의지. 사진=천정환 기자

두산의 캡틴 양의지. 사진=천정환 기자

지난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창단 기념식에서도 양의지는 “새로 주장을 맡게 된 양의지다. 처음으로 두산 주장을 맡게 됐는데, 감회가 새롭고 책임감이 큰 것 같다. 2024년에 열심히 했지만 많은 분께 질타와 욕을 많이 받았다. 그 아픔 속에 2025년 강해져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새로운 유니폼, 새로운 코치, 새로운 스태프들, 새로운 선수들과 두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 같다. 2025년 선수들 잘 이끌어서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잘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기념식을 마치고 만난 양의지는 주장 경험과 선임 소감에 대해 “NC에서 했었다. 작년에 (양)석환이가 잘해줘서 생각하진 않고 있었는데 코칭스태프께서 ‘주장을 해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왜 해야하는지를 얘기해주셔서 ‘알겠다’고 하게됐다. 코칭스태프께서도 구단 (프런트)에서도 이제는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 번은 해 야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주변의 추천이 주장을 맡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라고 전했다.

양의지의 리더십은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돕는 역할이다. 양의지는 “다 잘해서 크게 도와줄 건 없다. 주장을 해봤을 때 느낀건 선수들이 편안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경험상 그게 가장 중요한 주장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면서 기념식을 통해 이승엽 감독이 크게 주문한 벤치 분위기 전환에 대해 “잘되는 팀은 항상 벤치 분위기가 좋다. 지난해 우리가 좋았다가 나중에 떨어졌을 때 벤치 분위기를 빨리 개선하지 못한 것이 데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승엽 감독의 말에 크게 동의하기도 했다.

두산의 캡틴 양의지. 사진=천정환 기자

두산의 캡틴 양의지. 사진=천정환 기자

25시즌 두산은 오랜 기간 팀을 지켰던 허경민, 김재호의 이탈이란 큰 변화를 맞이한다. 외부 수혈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시각에 대해 양의지는 “전력적으로는 보강이 없지만 지난해 우린 가장 젊고 강한 불펜을 얻었다. 지난해 선수들이 강해졌고 더 성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개 구단에서 가장 좋은 불펜을 갖고 있어서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힘주어 강조한 이후 “야수들한테 신경을 많이 써서 경기할 때 팀 배팅이라든지, 득점을 낼 수 있을 때 하는 방법들을 얘기하고 도와주겠다”고 했다.

결국 두산 선수단 내부에서 경쟁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이란 해묵은 주제, 그러나 가장 간명하고 중요한 화두에 대해 양의지도 의견을 전했다.

“자기가 강해지면 팀도 분명히 강해진다. 그라운드에서 강해지고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예전보다 많이 받는데 그걸 이겨내는 선수들이 스타가 된다. 지난해 김택연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나. 그런 압박감을 이겨내야 큰 선수가 된다. 그부분에선 형들이 잘 알려주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줘야 할 것 같다.”

2025시즌 또한 이승엽 감독은 팀배팅과 조금 더 컨택트에 집중하는 타격을 선수들에게 주문할 생각이다. 양의지는 “분석을 디테일하게 하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를 선수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각 상황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들을 잘 인지한다면 몇 승을 더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선 많이 출루해야 하고 팀 배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캡틴 양의지. 사진=천정환 기자

두산의 캡틴 양의지. 사진=천정환 기자

지난해 양의지는 119경기서 타율 0.314/17홈런/94타점이란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변함 없이 활약했다. 하지만 부상 등으로 결장한 상황도 꽤 있었고, 특히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두산의 아쉬운 탈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양의지 또한 “많이 아쉬웠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올해는 좀 더 많은 경기를 나갈 수 있게 준비를 잘해서 부상 안 당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도 마음을 잘 잡고 있다. 지금 몸상태는 치료를 잘 받아서 많이 좋아졌다. 개막전에 맞춰서 몸상태를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PS를 벤치에서 지켜본 기분에 대해 양의지는 “ 답답하고 보고 있을 때 많이 힘들었다. 힘들었던 상황에서 고참이 나가서 많이 힘을 내주고 풀어주는 게 필요한데 동생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올해부터 주장을 하는데 그 미안한 마음가짐을 갖고 선배로서 좋은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KBO리그를 지배했던 포수 양의지가 잠시 마스크를 내려 놓은 사이 87년생의 그보다 두 살 더 많은 베테랑 포수 강민호(삼성)는 지난해 눈부신 성적을 올려 또 한 번 골든글러브 장갑을 꼈다. ‘강민호를 보고 골든글러브에 대한 의지가 다시 생기지 않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양의지는 “(잠시 난감해하다가) 그건 열심히 해보겠다. 욕심 부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 부상 없이 하겠다”면서도 “포수 이닝은 많이 나가고 싶다. 민호형이 하는 것 보니까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다”면서 더 많은 포수 출장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끝으로 다른 구단도 아닌 두산의 주장이 됐다는 게 양의지에겐 큰 의미가 있다. 양의지는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입단했을 때 김동주, 홍성흔 같은 선배들이 주장이었다. 그렇기에 내겐 큰 의미가 있다”면서 “또 어린 친구들이 이제 나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을테니까 모범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큰 영광이다”라고 했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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