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이후 달러 패권이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약달러 수혜주’ 찾기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나이키와 넷플릭스, 신흥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약달러 수혜주 7개 종목을 선별해 공개했다. 대표 종목은 나이키다. 특히 이달 12일 미·중이 90일간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주가 상승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프리스는 “올해 나이키 매출 중 해외 비중이 52%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15%가 중국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나이키 경쟁력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퓨마 등 나이키의 주요 경쟁사는 독일 기업이다.
넷플릭스와 다나허도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꼽았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료 가입자는 지난해 말 3억 명을 돌파했다. 진출 국가는 190곳에 달한다. 주가는 올 들어 35% 넘게 뛰며 순항 중이다. 다나허는 바이오의약품 관련 장비와 소모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미국 외 매출 비중이 55%다. 천연가스 기업 린데피엘씨, ‘매그니피센트7’의 아마존 등도 약달러 수혜주 리스트에 포함했다.
일반적으로 약달러는 미국 수출주에 호재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달러로 더 많이 환산될 수 있어서다. 환율 덕분에 해외 판매가가 낮아져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 외 자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과 암호화폐, 원유 관련 금융상품 등으로, 달러가치와 역상관관계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월가에선 금값의 상승 가능성을 좀더 높게 보고 있다. JP모간은 내년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약 31.1g)당 400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가드 FTSE 이머징 마켓’(티커 VWO) 등 중국 비중이 높은 신흥국 ETF도 마찬가지다.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마틴 슐츠 수석부사장은 “중국의 기술 기업들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글로벌 자금 중 일부가 주요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