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적용한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가 발표 2년 만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AI 도입이 늦었던 애플이 구글 기술을 받아들여 급한 불은 껐지만, 혁신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6’을 열고 시리AI 등 주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기존 시리가 미리 정해둔 명령어만 인식하는 ‘규칙 기반 AI’였다면, 시리AI는 사용자의 대화 문맥을 이해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로 진화했다. 아이폰 오른쪽 버튼을 누르거나, “헤이 시리(Hey Siri)”라고 말해 호출할 수 있다.
마이크 록웰 시리 담당 부사장이 시연 영상에서 “(영국 가수) 수키 워터하우스의 샌프란시스코 공연이 언제야”라고 질문하자 시리AI는 “7월 26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티켓 추첨 신청하라고 알림 설정해줘”라고 말하자 알림이 설정됐고, “수키 신곡 들려줘”라고 하자 음악을 재생했다. 친구와 나눈 문자 이력을 검색해 친구의 집 주소를 찾거나, 해당 주소로 바로 애플 지도 경로를 설정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애플은 2024년 WWDC에서 개인의 맥락을 인식하는 ‘똑똑한 시리’ 기능을 연내 순차 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체 개발 AI 모델이 경쟁사에 뒤처지고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자 수차례 연기했고, 결국 경쟁사인 구글과 손을 잡았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수석부사장은 “제미나이 모델에 적용된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평가는 냉담했다.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AI 기능은 사실상 구글 등 다른 회사가 이미 제공하는 기술을 따라잡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9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날 행사를 통해 작별을 고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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