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 ‘빅2’ 애플과 삼성전자가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옮기는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장 성장성이 큰 브라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보급형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에서 플래그십 모델까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제조하는 애플은 10일(현지시간)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이날 인도 공장에서 조립된 아이폰 150만 대를 전세기로 미국으로 공수하는 등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애플이 브라질을 대안으로 삼은 건 브라질이 이집트, 싱가포르 등과 함께 미국 정부가 상호 관세율을 가장 낮은 국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미국 제품을 많이 수입하고 수출은 상대적으로 덜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다. 여기에 브라질은 남미에서 스마트폰 시장 성장성이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브라질 스마트폰 시장은 1년 전보다 16% 커졌는데, 2028년이 돼도 스마트폰 보급률은 70% 정도로 예상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도 베트남에 집중된 스마트폰 생산을 브라질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관세 유예 조치로 시간을 벌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6할은 베트남에서 생산되는데, 미국 정부는 베트남산 제품의 상호관세율을 46%로 정해 놨다. 삼성전자는 브라질의 캄피나스, 마나우스 두 곳에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운영 중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