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선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격화될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빅테크, 스테이블코인 발행 추진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IT 기업 징둥닷컴과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이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중국 인민은행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달러 기반 암호화폐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맞서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역외 위안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홍콩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줄 것을 중국 정부에 제안했다. 이를 통해 위안화의 글로벌 사용을 촉진하고 미국 달러 기반 암호화폐의 영향력을 견제하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은 오는 8월 1일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앞서 홍콩은 2023년 가상자산 거래소 제도를 도입했다. 징둥닷컴과 앤트그룹은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제도 도입에 맞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암호자산을 강력히 단속해온 중국 정부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21년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최근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전략적 수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스테이블코인이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기존 결제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국제 금융을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이핑 인민은행 자문위원도 "(홍콩에서의 역외 위안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중국 빅테크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에 나선 건 세계적으로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위안화 세계화를 막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9% 이상이 달러 표시로 발행된다.
'디지털 차이나 인포메이션 서비스 그룹'의 왕융리 공동 회장은 최근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장이 위안화 국제화에 새로운 도전이 됐다"며 "위안화의 국제 결제가 달러 스테이블코인만큼 효율적이지 않다면 전략적으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의 여러 수출기업은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위안화 대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로 결제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자본통제, 지정학적 위험, 일부 신흥국 통화의 변동성 때문이다. 홍콩 최대 암호화폐 장외거래소인 크립토HK는 중국 고객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거래량이 2021년 이후 무역 결제 용도로 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위안화 CBDC와 연동?
업계에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결제 프로젝트 '엠브릿지(mBridge)'가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연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엠브릿지는 중국·홍콩·태국·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다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결제 플랫폼이다.
2021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국경 간 CBDC 거래의 기술적 구현과 협력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CBDC 트래커 책임자인 조시 립스키는 "중국 사우디 간 탈달러 원유 결제가 엠브릿지 기술로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테스트에서는 UAE 아부다비은행에서 중국 북경은행으로 10초 만에 자금을 이체하는 등 기존 스위프트 망보다 빠른 결제를 시연하기도 했다.
최근 징둥닷컴은 중국 인민은행과의 논의에서 홍콩 달러가 미국 달러에 고정돼 있어 위안화 국제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역외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홍콩에서 먼저 허용하고 이후 중국 자유무역지대의 역외 시장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방안이 허용되면 홍콩과 중국 간 CBDC와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의 교차 활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예를 들어 중국 본토에서 디지털 위안으로 결제(송금)하면 홍콩에선 동일한 가치의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취한다. 또는 그 반대로 홍콩에서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위안으로 교환하는 식의 연동 지급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엠브릿지와 같은 다자간 네트워크에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참여시켜 구현될 수 있다.
중국계 자본이 발행하는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미·중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달러 체제에 도전하는 중국의 금융 도구(위안화 스테이블코인)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미국 재무부는 해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이 제재 회피나 자금세탁 통로로 사용된다며 해당 네트워크나 관련 기관을 제재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미국은 2019년 이란산 페트로, 2022년 토네이도캐시 등 암호자산을 제재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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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