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인데 왜 심장 진료를 받아야 하나요?[전문의 칼럼]

1 week ago 7

박혁진 화순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혁진 화순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암을 진단할 때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이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혈관질환이다. 최신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등 암 치료 기법의 발전으로 암 환자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지만 이런 과정에서 심장 및 혈관에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혈액암이나 육종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항암제는 심장 근육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또 유방암, 폐암, 간암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치료제는 심장과 혈관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면역항암제는 드물지만 심각한 심근 염증이나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장 주변에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심장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심혈관질환의 발병 초기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계단이나 언덕길을 오를 때 심하게 숨이 가쁘거나 가벼운 활동을 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숨이 차다. 또 발목이나 다리 등 신체 부위가 붓거나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후 새롭게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심혈관질환이 발생한 암 환자의 치료법은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경미한 경우에는 별다른 치료 없이 정기적인 추적관찰만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병이 더 진행된 경우 일반적인 심부전이나 동맥경화 치료법을 적용하며 대표적으로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으로 분류되는 약제들이 사용된다.

일부 환자들은 혈압이 높지 않거나 고지혈증이 없어도 이와 같은 약을 처방받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고혈압, 고지혈증이 없어도 이런 약제들이 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심혈관 기능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벽한 예방법은 없지만 위험 요인을 가진 환자들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 기존 심혈관질환자,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는 항암치료 전 순환기내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암 진단 후 심혈관질환까지 발견되면 환자는 큰 좌절감을 느끼기 쉽지만 현대 의학의 발달로 대부분 심혈관질환은 적절한 치료로 관리할 수 있다. 암 치료에서 심장 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고려사항이 됐다. 성공적인 암 치료를 위해서는 심혈관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병행해야 하며 이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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