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 지역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일반 시민까지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열고 지역 현안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130분간 이어진 행사에서 이 대통령은 과감한 해결책을 즉석에서 제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는 ‘송곳질문’을, 다른 한편으로는 분위기를 확 바꾸는 농담을 던지는 등 토론을 능숙하게 끌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과거 경기지사 시절 ‘계곡 정비사업 토론회’를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경기도 일대 하천과 계곡에서 불법영업을 하는 상인들과 토론을 벌여 철거 필요성을 설득했는데, 이를 담은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이후로 이 대통령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상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에 직접 사회를 보는 등 ‘공개토론’을 통한 문제해결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호남 지역 대표적인 난제로 꼽혔던 민·군 공항 통합 이전 문제를 두고 이를 찬성하는 광주시와 반대하는 무안군 양측의 의견을 동시에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에는 “대통령실에 국방부, 기재부, 국토부 등이 참여하는 ‘6자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실제 조사도 하고 주민도 참여시키는 등 최대한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토론 도중 이 대통령은 상대를 다소 당혹스럽게 하는 날카로운 질문도 내놨다.
일례로 무안에 국제공항을 이전하면서 산단을 개발하고, 여기에 국가산단을 유치하겠다는 김영록 전남지사의 설명을 듣고는, 이 대통령은 “국가산단을 지정해서, 택지를 공장용지로 개발하기만 하면 분양이 돼서 기업이 오느냐”고 물었다.
여기에 “올 수 있다고 본다”는 김 지사의 답변이 돌아오자, 이 대통령은 “만약 (기업이) 안 오면 물리게 되는 엄청난 개발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기업 유치가 제일 중요한데, 기반 시설만 갖춰진다고 정말 기업이 줄 서서 들어올지 의문”이라며 “제 기대가 너무 컸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낙관적이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따금 이 대통령은 농담을 던지며 장내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얘기하면서는 “(관련사업 추진을 위한) SPC(특수목적법인)을 구성할 때 우선처분 이익 취득권을 무안군이 가지면 되지 않을까”라고 아이디어를 내고는, “제가 SPC 전문이지 않나, 대장동. 난 뭐 해 먹는 전문은 아니고”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김산 무안군수가 발언 직전 “앉아서 하는 것이 좀 그렇다”며 일어서려 하자, 이 대통령은 “앉아서 하세요, 앉아서 하는 게 싫으면 엎드려서 하시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한 여성 시민이 “제가 너무 떨리는데 오빠라고 생각하고 말하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맞아요. 오빠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오빠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대통령이라고 하면 엄청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국민의 충직한 일꾼이자 제1시민에 불과하다”며 권위를 내세우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