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비싼 이유 있었네…강남은 80%, 지방은 20%가 땅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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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19 07:00 수정2025.03.19 07:00

아파트 분양가 비싼 이유 있었네…강남은 80%, 지방은 20%가 땅값

땅값 비중 절대적인 서울
지방은 공사비 상승 직격타
공급 부족 겹치며 상승 전망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

지난 1월 분양에 나섰던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의 분양가는 3.3㎡당 6833만원이었다.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22억7920만원에 달했다. 높아지는 공사비에 분양가가 덩달아 높아졌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22억7920만원 중 공사비는 20%에 불과했다. 나머지 18억3000만원은 토지 가격이었다. 사실상 공사비가 전체 분양가에서 끼친 영향은 제한적이란 것이다.

반면, 지방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중견 건설사 사이에서 공사비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지방 분양 시장에선 강남과 달리 공사비의 비중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부 자재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분양가에 그대로 반영돼 미분양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사업 담당 임원은 “지방에선 왜 고급화 설계가 없냐 하는데, 그만큼 공사비가 올라 미분양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땅값만 80% 달하는 강남

서울 서초구 원페를라 투시도.

서울 서초구 원페를라 투시도.

19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분양 단지 분양가에서 토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집계됐다. 어느 아파트의 분양가가 10억원이면 이중 땅값이 5억1000만원이란 뜻이다. 아파트의 분양가가 크게 토지 가격과 건축비로 나뉘는 것을 생각하면 51% 정도를 차지하는 게 당연해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전국 평균이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전체 분양가 중 땅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1월 80%를 기록했다. 그나마도 강북과 강남을 다시 나누면 강남의 땅값 비중은 90%에 가까워진다. 같은 기간 경기도 분양 단지 사이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분양업계에선 최근 1년 분양 단지 사례를 비교하는 HUG 통계 특성상, 강남권 초고가 단지 분양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초구 원페를라의 경우 분양가를 생각하면 땅값 비중이 80%를 넘어가는 게 이해가 간다는 설명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단지들이 초고급 설계를 적용할 수 있는 이유”라며 “고가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분양가에 부담이 적다. 오히려 조성 이후 가격 상승효과를 생각하면 분양가를 더 높여도 좋다는 집주인이 훨씬 많다”라고 설명했다.

공사비 직격탄 맞은 지방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대우건설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대우건설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반대로 최근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지방에선 공사비 상승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분양가가 높아지며 수요가 줄고 그만큼 미분양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이 커지면 건설사와 시행사에 부담이 그대로 전가되는데, 최근 지방 중견 건설사가 무너지는 데 분양가 상승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5대 광역시의 경우, 그나마 분양 단지가 급격하게 줄어들며 통계 집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월 기준 광주는 분양가 중 땅값 비중이 25%, 울산은 31%를 기록했다. 광역시가 아닌 지방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지방의 분양가 중 택지비 비중은 지난 1월 기준 평균 19%에 그쳤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비중이 30%에 달했는데, 점차 내려가는 추세다.

분양가에서 땅값 비중이 낮아질수록 건축비 비중은 늘어난다. 공사비가 오르면 그만큼 분양가에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중견 건설사 사이에선 최근 높아진 원자재 가격은 다소 안정됐지만, 인건비 등 기타 비용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대한건설협회 거래가격에 따르면 주요 건축 자재 중 하나인 구조용원형봉강의 가격은 2022년 6월 톤당 134만원을 기록한 뒤 계속 내려가 이달엔 93만원을 기록했다. 고장력 철근 역시 같은 기간 톤당 118만원에서 77만5000원으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레미콘 등 일부 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전체적인 원자재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인건비는 올 상반기 기준 평균 임금이 27만601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3% 증가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으로 인한 금융 비용 증가 역시 건설사들엔 부담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비용과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상승세가 계속되면 분양시장 부진 폭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분양가 속 전략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마포구 일대 모습.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마포구 일대 모습. 뉴스1

시장에선 높아지는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도시마다 공급 전망이 부진한 데다가 건설원가 상승률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본형 건축비(16~25층 이하·전용면적 60~85㎡ 지상층 기준)는 기존 1㎡당 210만6000원에서 214만원으로 1.61% 인상됐다. 간접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 등이 반영된 결과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분양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건설업계에서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에 따라 분양가격을 높인다.

여기에 건설경기 악화로 당장 주택 공급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신규 분양 단지의 가격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리얼투데이가 국토부의 주택건설 질적 통계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난해 민간 분양 주택 착공 실적(임대 제외)은 23만5171가구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평균 착공 물량(39만7044가구)과 비교해 16만가구나 적다.

앞으로 공급될 주택은 더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는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이 올해 4만6710가구, 내년은 2만4462가구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향후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시장에선 ‘지금 분양하는 단지가 가장 저렴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은 땅값 상승에 더해 수요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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