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와 스폰서는 서로에게 가치를 더해주는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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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와 스폰서는 서로에게 가치를 더해주는 동반자 관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스폰서’라는 단어 대신 ‘파트너’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현장 운영에 협력하는 F&B 파트너, 운송·설치사, 파트너 호텔, 도슨트 업체 등과 구별하기 위해 후원이나 협찬을 제공하는 파트너를 지칭할 때 ‘스폰서’라는 용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아트페어는 스폰서로부터 현금이나 현물을 받아 운영 수준을 높이며,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스폰서는 아트페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가치를 높이는 기회를 얻는다. 이를 위해 아트페어는 스폰서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후원이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아트페어는 스폰서들에게 최적의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아트페어를 후원하거나 협찬하는 스폰서의 범주는 다양하지만, 주요 카테고리로 금융 기업, 명품 브랜드, 코스메틱 브랜드, 백화점 등이 있다. 최근에는 IT 기업들도 아트페어 후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특이하게 건설사들이 아트페어를 후원하는 사례도 있다. 이는 아트페어의 주요 고객층인 고액 자산가들을 타겟으로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위함이다.

과거에는 문화 예술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이 아트페어를 후원하곤 했다. 예를 들어, 뮤지엄 산을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 예술 기관을 후원했던 한솔제지는 오랜 기간 동안 키아프에 제지를 후원했다. 또한, 매년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을 제작하며 미술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쌤소나이트 역시 키아프에 지속적으로 후원한 기업 중 하나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미술 영재 장학사업 ‘드림그림’을 운영했던 한성자동차도 키아프와 오랜 스폰서십을 유지했다.

최근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 이후, 많은 기업이 아트페어에 관심을 가지며 후원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형 아트페어에게는 후원 유치가 쉽지 않은 일이다. 키아프 역시 과거, 한국 미술 시장이 지금처럼 국제적 위상을 갖추기 전에는 제안서를 만들어 기업의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스폰서를 발굴해야 했다. 물론, 후원은 기업의 일방적인 기부가 아니기 때문에 품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신중히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안서 작성

스폰서에게 보낼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제안서에는 아트페어의 소개와 비전뿐만 아니라, 지난 행사에서 거둔 성과가 포함되어야 한다. 국제 아트페어라면, 어떤 국가의 갤러리들이 얼마나 참여했는지, 관람객의 수는 얼마나 되었는지 등 스폰서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또한, 매출 통계가 있다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 허위로 내용을 작성하거나 성과를 과장하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부풀려진 성과로 인한 기대치만큼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아트페어가 끝난 후에 스폰서와 곤란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스폰서에 맞춤형 제안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해외 아트페어에 가보면 VIP 라운지에 유명 명품 브랜드의 부스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프리즈 서울에서도 샤넬, 디올, 프라다, 보테가 베네타, 스톤 아일랜드, 로에베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부스를 설치하거나 외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명품 브랜드들이 아트페어를 후원하는 일이 드물었다.

2016년, 키아프의 스폰서십을 담당하던 나는 명품 브랜드 관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1억 원짜리 시계를 사는 사람은 1억 원짜리 그림을 못 사요. 그리고 1억 원짜리 그림을 산 사람은 1억 원짜리 시계를 못 사요. 그러니까 아트페어에 나가면 서로 시너지가 나는 게 아니라 손님 나눠 먹기가 돼서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2022년에 만난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오히려 아트페어에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젊은 자산가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우리는 그들의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요. 그런데 최근 들어 그들이 미술품을 적극적으로 수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트페어에서는 그들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나요? 아트페어에 부스를 만들면 그들의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수집할 수 있나요?”

다행히 키아프는 2021년 팬데믹을 겪으며 VIP 초대권과 입장권을 전산화하면서 많은 VIP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개인정보는 외부로 공개하거나 공유할 수 없는 법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물론, 저희는 많은 신규 컬렉터들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거나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저희가 그분들을 초대하기 때문에, 많은 컬렉터들이 아트페어를 방문합니다. 스폰서로 참여하신다면 부스를 통해 그분들을 직접 만나실 기회가 있을 겁니다.”

아트페어와 스폰서가 서로 원하는 것이 합의되어 후원으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상황이었다. 이렇게 스폰서가 원하는 요소를 정확하게 캐치하여 제안서에 넣어야 한다.

스폰서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로 끝난 스폰서 유치 설명회도 있었다. 프리즈가 도이치방크, 아트바젤이 UBS와 같은 글로벌 금융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을 보고, 국내 4대 금융사를 대상으로 키아프 후원 설명회를 연 적이 있다. 키아프가 이룩한 성과와 비전에 대해 길게 설명했지만, 당시 4대 금융사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아트페어 후원이 기업의 ESG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점이었다.

금융사들이 고액 자산가를 위한 VIP 프로그램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라 단정 짓고, 그 부분만 중점적으로 준비했던 것이 큰 실수였다. 이 경험은 스폰서의 니즈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정확히 파악해 제안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메뉴판

아트페어에서 스폰서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 형식으로 정리해 제안서에 포함하는데, 이를 흔히 ‘메뉴판’이라고 부른다. 아트페어마다 제공 내역이 다르기 때문에 스폰서들은 이 메뉴판을 보고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아트페어를 선택하게 된다.

메뉴판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항목은 티켓 제공, 온·오프라인 광고 노출, 부스나 라운지 등의 공간 제공 등이 있다. 여기에 각 아트페어만의 특화된 서비스로 VIP 프로그램,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추가로 포함되기도 한다. 이는 후원 금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메뉴판을 보면 후원 금액별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도 다 짜놓고 보면 메뉴판처럼 보인다.

메뉴판의 예시. 후원 금액에 따라 제공되는 혜택이 차등 제공된다. / 자료제공. © 박준수

메뉴판의 예시. 후원 금액에 따라 제공되는 혜택이 차등 제공된다. / 자료제공. © 박준수

메뉴판을 구성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스폰서가 후원 금액별로 혜택을 차등하여 넣은 메뉴판에서 필요한 혜택들만 골라 진행하고자 할 때가 있다. 패키지로 진행할 때 금액과 개별 혜택을 제공할 때 후원 금액의 차이가 있음을 분명하게 해두어야 한다.

후원 금액에 따라 LED 전광판과 웹사이트 배너 광고에 노출되는 범위와 노출 횟수가 달랐는데, 이를 분명하게 하지 않아 스폰서에서 더 높은 등급에 제공되는 혜택을 요구한 적이 여러 번 있다. 티켓 수량과 부스나 라운지 제공 면적도 분명하게 구분해 두어야 추후 생길 수 있는 스폰서와의 트러블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LED 광고 패널은 스폰서에게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제공 내역 중 하나이다. / 사진. © 박준수

LED 광고 패널은 스폰서에게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제공 내역 중 하나이다. / 사진. © 박준수

인쇄물과 현장에 스폰서 로고 노출은 빠트리면 안될 중요한 제공 내역이다. / 사진. © 박준수

인쇄물과 현장에 스폰서 로고 노출은 빠트리면 안될 중요한 제공 내역이다. / 사진. © 박준수

스폰서십 담당자

스폰서십은 단순한 금전적인 후원을 넘는 의미를 가진다. 아트페어는 스폰서와 연계를 통해 이벤트나 광고 협력을 진행하며,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아트페어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아트를 매개로 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한다.

지난 프리즈 서울에 전시된 BMW 아트카 / 사진제공. © BMW

지난 프리즈 서울에 전시된 BMW 아트카 / 사진제공. © BMW

예를 들어, BMW는 아트바젤을 비롯한 여러 아트페어를 후원하며 ‘아트카’라는 특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보하였다. 루이나(Ruinart)는 아트바젤과 프리즈의 모든 VIP 파티와 VIP 라운지에 샴페인을 공급하며, 미술 관련 행사에서 루이나를 빼놓고 논하기 어려운 입지를 다졌다.

이전에 예산안을 다룰 때 언급했듯이, 아트페어의 주요 수입원은 부스비이다. 하지만 부스비만으로는 아트페어를 원활하게 운영하는데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족한 부분을 스폰서십을 통해 보완한다. 이 때문에 스폰서십 담당자는 아트페어 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스폰서십 담당자는 단순히 다양한 사업군의 스폰서를 유치해 자금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트페어의 정체성과 품격을 높이며, 브랜드와 아트페어 모두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스폰서십 담당자는 여러 아트페어에서 눈독을 들이고, 스카우트의 대상이 된다. 예산을 잘 관리하는 직원은 흔하지만, 스폰서십을 유치해 돈을 벌어오는 직원은 어디에서나 귀하게 대접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스폰서십을 아트페어 내부의 담당자가 이 많은 스폰서십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외부 전문가가 스폰서를 유치하면, 후원금의 일부를 협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진다.

현재 국내에는 이러한 스폰서십 전문가가 많지는 않지만, 아트페어의 수가 증가하고, 기업들의 아트페어 참여 희망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박준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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