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이틀 앞둔 8일(현지시간), 임성재(27)는 오전 6시 15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에 들어섰다. 샷 연습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8시 30분께 1번홀(파4)에 섰다. 전날 악천후로 코스가 일찍 폐쇄되면서 하지 못했던 연습라운드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제 오후에 연습라운드를 하려고 계획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하루를 낭비한 셈이 되었어요. 아쉬운 마음에 오늘 일찍 나왔더니, 코스에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구요(웃음)."
임성재가 여섯번째 마스터스 무대에 선다. 이날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난 그는 "올해로 여섯번째이지만 매그놀리아 레인에 들어설 때면 늘 가슴이 뛴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정말 특별한 곳"며 "대회 전부터 더 열심히, 철저하게 준비하게 된다"며 각별한 애정과 각오를 보였다.
마스터스는 임성재에게 특별한 무대다. 2020년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4번의 대회에서는 공동 6위와 16위, 그리고 두 번의 커트탈락을 겪었다. 그는 "벌써 여섯번째이지만 아직도 매그놀리아 레인에 들어설 때면 가슴이 뛴다. 매번 휴대폰으로 들어서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감탄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작년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 코스에서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첫 세개 홀에서 반드시 버디를 잡고 상승세를 만들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더블보기까지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여러번 경험했고 좋은 기억이 많은 코스이지만 긴장은 풀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골프장에서는 한번씩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재는 2021년 15번홀(파5)에서 물에 3번이나 공이 빠져 쿼드러플 보기를 쳤던 아찔한 기억이 있다. '황제' 타이거 우즈도 2020년 12번홀(파3)에서 셉튜플보기를 범한 바 있다.
대회 전날, 통상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인 '파3 콘테스트'에 나섰지만 올해는 건너뛰기로 했다.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 시간에 좀더 연습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파3콘테스트는 톱랭커들이 가족, 친구를 캐디로 대동하고 9홀 플레이를 즐기는 축제같은 이벤트다. 임성재에게도 좋은 추억이 많다. 2022년에는 아버지 임지택씨가 캐디를 맡아 9번홀(119야드)에서 핀 1.5m옆에 공을 보내는 절묘한 샷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2023년과 작년에는 아내가 캐디를 맡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 파3 콘테스트를 건너뛰는 결정을 아내가 서운해하지 않냐고 묻자 임성재는 "다행히 서운해하지 않는다. 저와 한 팀인 아내가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기에 늘 힘이 난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국 선수로서 PGA투어에서 화려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는 늘 '월드클래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6년 연속 진출했고, 통산 2승 그리고 191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피니시 24.6%(47회)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날 임성재는 "저는 아직 '월드클래스'는 아니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저 역시 제가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자부심을 느끼지만 '월드클래스'라기엔 아직 부족함이 많아요. 메이저 우승도 필요하고, 마스터스에서 우승한다면 스스로도 월드클래스라고 인정할 수 있겠죠. PGA투어가 나날이 치열해지고, 만만치 않은 환경이지라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요.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