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법인 아래 경영관리 일원화… 아시아 사업 총괄 지휘소 구축
내수 한계 극복 위한 글로벌 전략… 빼빼로 등 메가 브랜드 육성 집중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이사회 의장 선임… 책임경영 및 시너지 주도
호텔·바이오 이어 전방위 협력… 원롯데 체제 핵심 사업으로 안착
이번 조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꾸준히 전개해 온 ‘한일 원롯데’ 구상이 식음료라는 핵심 사업 부문에서 구체적인 결과물로 발현된 사례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그간 정례적으로 양국 식품 계열사 경영진이 모이는 전략 교류 회의를 직접 이끌며, 양사가 지닌 인프라를 공유해 해외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려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성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동아시아 내수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두 회사는 원료 공동 조달부터 마케팅 협력, 상호 제품 교차 공급 등 다방면에서 공조 체제를 다져왔다. 이러한 유기적 협력은 실질적인 지표 상승으로 증명되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재작년과 비교해 14.4% 상승한 1조2047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일본 롯데제과 역시 동남아시아의 주요 거점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무대로 약 9000억 원에 달하는 해외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양국이 전사적으로 밀고 있는 핵심 단일 브랜드 ‘빼빼로’의 성과가 눈에 띈다.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고 공동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 빼빼로의 해외 매출 증가율은 지난 한 해 동안 24%를 달성한 데 이어 2026년 1분기에는 33%까지 뛰어오르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싱가포르 신설 법인은 그동안 축적된 양사 간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기존에는 국가나 법인별로 분산되어 관리되던 아시아 지역 사업 모델과 재무 및 의사결정 구조가 하나의 체제 아래로 흡수 통합된다. 공장 가동과 제품 판매, 물류망 운영을 유기적으로 엮어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전개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번 합작사의 연착륙과 경영 전략 조율을 위해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다. 신 실장은 양국 식품 부문이 만들어낼 결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전반적인 해외 영토 확장 사업을 지휘할 계획이다.향후 통합 법인은 세계적인 대형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원료 매입 단계부터 최종 소비재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효율화 작업에 착수한다. 양국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거나 구매력이 성장하는 이머징 마켓을 타깃으로 설정해 체계적으로 공략해 나갈 구상이다.
이 같은 양국 법인의 결합은 식품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룹의 미래 사업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가을에는 국내 호텔 부문과 일본 롯데홀딩스가 손을 잡고 일본 현지 숙박업 시장 공략을 위한 ‘롯데호텔스 재팬’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외에도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부문의 자본 유치 활동이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벤처캐피털의 공동 프로젝트 등 전방위적 영역에서 국경을 넘어선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싱가포르 법인 신설이 양국에 파편화되어 있던 식품 사업 역량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각자가 보유한 경쟁력 있는 자산을 융합해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히트 상품을 개발하고, 미개척 영역을 점진적으로 넓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겠다는 취지다.김상준 기자 k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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