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가 중동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긴축 장기화 속에서도 민선 8기 들어 10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첨단산업 중심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2차전지, 첨단 제조업 중심의 대형 투자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가 미래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조 넘어 첨단산업 도시로
27일 아산시에 따르면 민선 8기(2022년 하반기~2026년 상반기) 들어 국내 기업 75곳으로부터 10조223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외국인 기업 9곳으로부터는 5억9800만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끌어냈다. 이에 따른 고용 창출 규모는 총 3만4504명에 달한다. 민선 8기 투자유치 흐름은 202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2022년 하반기 1조3127억원 규모로 출발한 투자유치는 2023년 5조3242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 투자 실적의 절반 이상이 이 시기에 집중됐다. 투자기업도 27곳으로 가장 많았고 고용 인원 역시 국내 기업 기준 2만8174명에 달했다.
2024년과 지난해에는 글로벌 긴축 기조와 반도체·배터리 업종 투자 조정 영향으로 투자 규모가 각각 3115억원, 5967억원 수준으로 다소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다만 기업 유치 건수는 각각 12곳, 25곳으로 꾸준히 유지됐다. 단순 투자액 감소가 아니라 투자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2조6781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가 이어지며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투자유치의 핵심은 산업 구조 변화다. 과거 자동차 부품과 일반 제조업 중심이던 투자유치가 데이터센터와 첨단소재, 2차전지,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조 단위 데이터센터 투자와 첨단 제조 프로젝트가 잇따라 성사되면서 투자 구조 역시 ‘소규모 다건형’에서 ‘대형 집중형’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투자기업 수는 5곳에 불과하지만 투자금액은 2조6781억원에 달했다. 기업 수는 줄어도 건당 투자 규모는 오히려 커진 셈이다. ‘얼마나 많이 유치했는가’보다 ‘어떤 산업을 유치했는가’가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투자 구조 변화에 따라 과제도 제기된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대신 직접 고용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투자금액은 민선 8기 전체의 26% 수준이지만 고용 인원은 910명으로 2.6% 수준에 그쳤다. 투자 확대가 시민 체감형 일자리로 얼마나 연결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후공정 거점 부상
외국인 직접투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산시는 민선 8기 총 5억9800만달러 규모 외자를 유치했다. 2022년 하반기 1억5000만달러를 시작으로 매년 1억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외자 유입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첨단산업 분야 글로벌 기업의 추가 투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영국 에드워드코리아와 독일 파이퍼베큠코리아 등 세계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이 아산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점도 외자 유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아산이 세계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와 인접해 있어 물류 비용 절감과 기술 협업이 유리하다는 점을 주요 경쟁력으로 꼽는다. 기업 맞춤형 ‘원스톱 행정 지원’ 역시 투자 확대 요인으로 평가된다. 시는 기업애로자문단을 운영하며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규제와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해결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의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 신규 투자 가능성도 추가 호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최근 건축면적 2만5120㎡, 연면적 14만2678㎡ 규모의 지상 9층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 신설 계획과 관련해 시와 인허가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시는 투자 규모와 사업 계획이 상당 부분 구체화한 만큼 실제 투자 실행 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온양사업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맞물려 반도체 후공정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향후 수조원 규모 추가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범수 아산시장 권한대행은 “민선 8기 투자유치 흐름은 미래 첨단산업 중심 도시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지역 일자리 및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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